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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서울에 숨은 산타의 비밀 창고: 프레젠트모먼트

Writer: 전종현
, Photographer: 유성권

처음에는 콘셉트가 오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믿고 싶어졌다, 아니 믿고 있다. 1년 내내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산타의 비밀 창고, ‘프레젠트모먼트Present Moment’ 이야기다. 산타에게 선물 받아 마땅한 세상의 모든 빨간 코들을 위한 이곳에는 산타를 도와 공간을 꾸리는 창고 지킴이와 요정들이 머무르며 사람들을 환대한다. 마음이 담긴 오래된 빈티지 인형, 손으로 깎아 만든 장난감, 하나하나 붓으로 칠한 장식품으로 가득 채운 별세계 공간을 오랜 노하우를 자랑하는 케어 서비스로 구석구석 정성스레 관리한다

따뜻한 불빛으로 가득 찬 복도 공간을 쭉 따라서 덩치 큰 원목 가구와 피아노 등이 줄지어 있는데, 그 위에는 갖가지 인형들이 ‘여긴 내 꺼’라며 자리를 맡고 있다. 다들 하나씩 지닌 메모에는 창고 지킴이가 인형과 눈 맞추고 오랜 시간 귀 기울인 이야기의 주요 부분을 주르륵 정리한 결과본을 적어놨다. 일종의 1:1 심층 인터뷰 요약본이랄까. 기요, 힝, 쨘, 꺅이, 앙이, 휴 등 조류 모습을 띤 여섯 요정이 매일매일 빈티지 인형에 문제가 있나 없나 살피는 덕분에 누군가 선물을 위해 갑자기 찾아와 인형을 점찍어도 괜찮도록 만반의 준비를 기하고 있단다.

봄, 여름, 가을, 겨울까지 사계절 언제나 크리스마스처럼 마음 편히 기쁘고 행복할 수 있는 곳으로 자리매김하는 게 목표인지라 물리적인 공간뿐 아니라 21세기 공간 알림의 최전선인 인스타그램을 기깔나게 이용하는 것도 특기할 만한 지점이다. 여섯 요정 친구의 일상을 기록한 인스타툰 계정까지 운영하며 웬만한 서울 사람 뺨을 후두룩 치는 능숙한 현지 밀착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을 선보인다. 하긴 전 세계를 돌아다니는 산타의 비밀 창고를 지키니까 이 정도는 기본이겠다.

다만 선물을 무료로 주는 산타와는 달리 이곳의 물건을 가져가려면 돈이 필요하다. 아무리 산타라도 창고 임대료는 내야 하기에 고육지책으로 책정한 가격인 듯싶다. 누구나 선물 하나쯤 받기 마땅한 존재라고 알려주는 이곳에 서울의 매운맛인 젠트리피케이션이 덮치지 않길 마음 깊이 기원해본다.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

Place

프레젠트모멘트 :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 49-1 1층

@presentmoment.storage

Writer

전종현은 국민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학을 공부하고 한국문화관광연구원 RA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월간 디자인» «SPACE 空間» «노블레스»에서 에디터로 일했고, 디자인매거진 «CA»와 «허프포스트코리아»에 다양한 칼럼을 썼다. 주거 건축을 다루는 «브리크» 부편집장, 편집위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지냈다. 현재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로 «조선일보» «디에디트» «럭셔리» «에비뉴엘» 등에 글을 기고한다. «비애티튜드»의 편집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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