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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엽서도서관으로 당신을 초대합니다: 포셋 연희

Writer: 전종현
, Photographer: 유성권

다소 늦은 방문이었다. 지난 6월 3일 오픈한 이래 동네방네 소문났던 장소 아니던가. 연희동 조용한 빌딩 3층에 자리 잡은 ‘포셋Poset’은 ‘도서관의 책이 엽서로 바뀐다면?’이라는 흥미로운 상상에서 출발한 국내 최초의 본격 ‘엽서 라이브러리’다. 포셋이라는 이름은 엽서(postcard), 종이(paper), 포스터(poster) 등 종이의 물성과 기록성이 떠오르는 단어를 조합한 신조어다. 엽서도서관이라는 별칭이 풍기는 고요한 느낌은 35평 남짓한 공간을 오밀조밀 풍부하게 채운다. 곧게 뻗은 선반마다 적당한 간격을 두고 올려놓은 엽서와 카드를 보니 마치 전시장에 온 것만 같다. 각자 고유한 매력을 뽐내는 3200여 개의 엽서와 편지지가 기다리고 있으니 아마 세상에서 가장 밀도 있는 전시장 아닐까 싶다. 타이포그래피, 그래픽, 일러스트레이션, 포토그래피까지 다양한 시각 요소로 세상 만물을 담은 엽서는 자기만의 맥락을 지닌 채 방문자의 눈길을 유혹한다.

포셋을 관통하는 단어는 ‘기록’이다. 엽서는 심상과 소식을 기록하는 기능이 최우선이다. 물론 그냥 가지고 싶은 마음 또한 무시할 수 없지만. 엽서를 구매하면 아담한 나무로 만든 1인용 책상에 올려놓고 의자에 살포시 앉아 무엇이든 자유롭게 끄적일 수 있다. 오픈 초기보다 늘어나 이제 한쪽 벽을 모두 채운 6개의 책상을 보니 지금까지 수많은 이들이 기록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다른 쪽 벽면에는 기록보관소가 있다. 보관함을 대여하면 일기장, 사진, 소지품 등 기록과 추억이 담긴 물건을 넣어둘 수 있다. 빠름과 디지털을 미덕으로 여기는 시대에 느림과 아날로그의 낭만이 가득하다. 온전한 나의 취향을 바라며 포셋을 방문한다면 어느새 두 손에는 애정하는 이미지가 찬찬히 쌓일 것이다. 누군가를 생각하며 어떤 디자인을 좋아할지, 어떤 반응을 보일지 기대하며 설레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포셋은 이런 소중한 시간을 선물하는 공간으로 사람들을 맞는다.

사실 포셋의 정식 이름은 ‘포셋 연희’다. 상점 이름에 지명이 들어간다는 것은 지역성과 더불어 확장의 가능성을 내포한다. 얼마 전 입수한 따끈한 뉴스를 공유하자면, 포셋이 부산시 부산진구 전포동에 진출한다. 이름은 ‘포셋 전포’. 오는 11월 26일에 오픈하는 포셋 전포의 콘셉트는 ‘기계를 이용해 대량으로 상품을 제조한다’는 뜻의 ‘매뉴팩처manufacture’다. 전기, 전자 수공업자의 시간이 쌓이고 모여 ‘전포’라는 하나의 장을 만든 것처럼 포셋 전포 또한 엽서 작업자의 삶의 조각을 모아 두 번째 엽서도서관에 채워나갈 예정이다. 금방 생기고 금방 없어지는 게 일상이 된 시대에 좀 더 오래갈 것만 같은 곳이란 인상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 오픈 6개월 만에 제 분신을 늘린 포셋의 매력은 언제 들러도 편안하면서 늘 새로운 재미가 기다리기 때문일 테다. 얼마 남지 않은 2022년, 포셋에서 엽서를 고르며 주변 사람과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보길 추천한다.

Place

포셋 : 서울시 서대문구 증가로𝟭18 연희빌딩 3층 305호
@poset.official

Writer

전종현은 국민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학을 공부하고 한국문화관광연구원 RA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월간 디자인» «SPACE 空間» «노블레스»에서 에디터로 일했고, 디자인매거진 «CA»와 «허프포스트코리아»에 다양한 칼럼을 썼다. 주거 건축을 다루는 «브리크» 부편집장, 편집위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지냈다. 현재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로 «조선일보» «디에디트» «럭셔리» «에비뉴엘» 등에 글을 기고한다. «비애티튜드»의 편집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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