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Review

을지로 철물 상가 사이에 숨겨진 보석 같은 갤러리 N/A

Editor: 진채민
, Photographer: 진채민
을지로, 갤러리, n/a
을지로, 갤러리, n/a
을지로, 갤러리, n/a
을지로, 갤러리, n/a
을지로, 갤러리, n/a
을지로, 갤러리, n/a
을지로, 갤러리, n/a
을지로, 갤러리, n/a
을지로, 갤러리, n/a

먹자골목, 카페 거리, 철물 상가. 동일한 종류의 가게들이 한곳에 모여 상권을 이룰 때, 우리는 이런 단어들로 일컫는다. 도시가 구획되는 방식은 길이나 벽을 통해 물리적인 단절로써 이루어질 수도 있지만, 가끔씩은 각 건물들이 공유하고 있는 특성에 따라 그들을 한데 묶는 식으로도 가능하다. 이렇게 나뉜 공간의 분할 방식을 파악하려면 위에서 조망해야 한다.

1960년대 뉴욕을 개조하려 했던 로버트 모지스라는 도시계획가를 들어봤는지. 그의 건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가 가지고 있는 마스터 플래너로서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 그의 설계는 큰 규모의 고속도로가 선이 되어 맨해튼을 가로지르고 계산된 구축물이 면이 되어 뉴욕을 구획한다. 철저히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선으로 도시를 계획한 모지스에게 있어 완벽한 도시란 하늘에서 바라볼 때 명쾌해야 했다. 맨해튼의 구불구불한 골목길은 방해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골목길이야말로 도시라는 나무가 딛고 설 수 있게 만들어주는 뿌리라는 점을 모지스는 이해하지 못했다.

N/A 갤러리의 이름은 ‘해당 없음’, ‘이용할 수 없음’이라는 뜻이다. 그 속뜻처럼 골목을 처음 방문하였을 때 그 갤러리에 선뜻 들어서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아무리 봐도 이곳에 갤러리가 있을 리 없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예측을 뛰어넘고 갤러리에 들어서면 다양한 느낌을 주는 공간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갤러리에는 벽 사이에 뚫려 있는 프레임이 있기도 하고, 그 창 너머로 다른 공간을 미리 엿볼 수 있기도 하다. 게다가 2층이 환하게 밝힌 조명으로 서로를 비춰주는 공간이라면 3층은 기본적으로 어둠이 깔린 공간에 작품들이 영사된다. N/A 갤러리에서 작품들은 오픈된 공간에 널찍하게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N/A는 하늘에서는 발견할 수 없는 공간이다. 철공소들 사이에 숨겨져 있는 N/A는 땅을 딛고 찾아 헤메는 사람만이 경험할 수 있다. 창경궁로 5길, N/A는 그곳의 쇳소리 사이에서 숨을 쉰다. 철물 상가라고 무심히 적힌 지도상에서는 쉽사리 갤러리의 존재를 상상하기 어렵다. 을지로에 갈 일이 있다면 부디 이 갤러리에 들러서 예상하지 못한 시간을 보냈으면 한다. 로버트 모시스로부터 맨해튼의 골목길을 지키기 위해 맨몸으로 도시를 누비던 제인 제이콥스의 마음으로 말이다.

Place

N/A : 서울 중구 창경궁로5길 27

@nslasha.kr

Thank You for Subscription!

뉴스레터를 구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애티튜드»는 매주 금요일 아침 10시 1분, 창작자의 반짝이는 감각과 안목을 담은 소식을 메일함에 넣어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