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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기묘하고 찝찝한 아름다움: MoMA

Writer: 허민재

Guillermo del Toro: Crafting Pinocchio,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December 11, 2022 – April 15, 2023. © 2022 The Museum of Modern Art. Photo: Emile Askey

Guillermo del Toro: Crafting Pinocchio,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December 11, 2022 – April 15, 2023. © 2022 The Museum of Modern Art. Photo: Emile Askey

Mackinnon & Saunders. Inprogress Pinocchio Production Puppets at the ShadowMachine workshop. Guillermo del Toro’s Pinocchio, 2022. Image courtesy Netflix

Installation view of the exhibition. © 2022 The Museum of Modern Art. Photo: Emile Askey

Installation view of the exhibition. © 2022 The Museum of Modern Art. Photo: Emile Askey

Installation view of the exhibition. © 2022 The Museum of Modern Art. Photo: Emile Askey

Installation view of the exhibition. © 2022 The Museum of Modern Art. Photo: Emile Askey

Installation view of the exhibition. © 2022 The Museum of Modern Art. Photo: Emile Askey

Installation view of the exhibition. © 2022 The Museum of Modern Art. Photo: Emile Askey

Installation view of the exhibition. © 2022 The Museum of Modern Art. Photo: Emile Askey

Installation view of the exhibition. © 2022 The Museum of Modern Art. Photo: Emile Askey

Installation view of the exhibition. © 2022 The Museum of Modern Art. Photo: Emile Askey

Installation view of the exhibition. © 2022 The Museum of Modern Art. Photo: Emile Askey

Guillermo del Toro on the set of Guillermo del Toro’s Pinocchio, 2022. Image courtesy Jason Schmidt/Netflix

뉴욕현대미술관(MoMA)에 잠시 들렀다가 눈길을 사로잡는 전시를 우연히 보게 됐다. 오는 4월 15일까지 MoMA 남관 2층에서 열리는 «기예르모 델 토로: 크래프팅 피노키오Guillermo del Toro: Crafting Pinocchio»다. 1883년 이탈리아 극작가 카를로 로렌치니Carlo Lorenzini가 카를로 콜로디Carlo Collodi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피노키오의 모험(Le avventure di Pinocchio)』은 누구나 알고 있는 동화다. 150년 세월을 버텼다는 점에서 그 얼마나 멋진 지식재산권(IP)인가! 특히 이번 전시는 넷플릭스 시리즈로 제작한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피노키오›를 본 직후라 더욱더 흥미로웠다. 기초 스케치부터 세트 제작, 캐릭터 제작, 소품 등 한 편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이 국제적으로 어떻게 협력하는지 여실히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우리에게 ‹판의 미로›,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등으로 잘 알려진 멕시코 출신의 거장이다. 그는 애니메이션이 단순히 아동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이라고 말한다. “애니메이션보다 내 삶과 작품에 영향을 미친 예술 형식은 없으며, 역사상 피노키오만큼 개인적으로 깊은 관계를 맺은 캐릭터는 없다.” 실제 넷플릭스에서 그의 작품을 접했을 때 아동용 애니메이션 특유의 지루함을 느낄까 봐 걱정했던 것도 잠시, 곧 높은 디테일과 피노키오가 모험하며 선택해야 하는 선과 악에 대한 아슬아슬한 수위 덕분에 성인도 충분히 생각하며 즐길 수 있었던 점이 기억난다. 이번 전시는 동화 『피노키오의 모험』을 혁신적으로 재해석한 델 토로의 첫 번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독특하게 조직한 결과물이다.

2층 전시장 입구에는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많은 사람이 줄을 서 있었다. 피노키오 글자는 나무로 만들어 초록색 전시장 입구에 붙여놨는데, 첫인상부터 피노키오의 느낌을 살리려는 전시 디자인의 노고가 보였다. 그리고 전시장에 들어가 접하게 된 세트는 충격적일 정도로 애니메이션과 똑같았다. 요즘 우리가 보는 수많은 이미지는 언제부터인가 기본적으로 다양한 CG 처리를 거친 산물이라고 인식하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피노키오 집 바닥의 돌과 가구, 자전거를 세운 돌벽과 포스터 등 디테일을 하나하나 구현한 세트가 실로 놀라웠다. (물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 애니메이션에서 느낀 기묘하고 찝찝한 아름다움은 바로 한 땀 한 땀 손으로 구현한 하이퍼 리얼리즘에서 오는 것이었어! 입구 쪽 벽면에는 입을 조금씩 벌린 수많은 피노키오 얼굴을 칸칸이 쌓아놨는데, 너무나도 정교한 모습에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가 생각나기도 했다.

전시에서 특히 흥미로운 지점은 팀끼리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피노키오의 페르소나를 연대기별로 분석한 무드보드, 여러 유닛을 동시에 작업한 일정표 보드와 녹음에 참여한 스태프 영상 등 제작과 관련한 뒷이야기가 전시에서 명확히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세트에서 느낄 수 있는 기묘하고 멋진 모습이 세상의 맥락과 다시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달까. 예술적 오브제는 그 형태의 기묘함만으로도 충분히 애정하며 꿈결에 빠지도록 돕는다. 하지만 이를 실제로 구현하는 준비 과정에 대한 꼼꼼한 기록은 결국 모든 게 꿈이 아니라 현실의 부분이라는 점을 직시하게끔 한다. 델 토로의 작품이 품은 멋진 기묘함, 이는 개인의 노력과 시스템의 결정체였다.

Writer

허민재는 로드아일랜드 디자인스쿨과 영국 왕립예술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고 뉴욕과 런던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귀국해 2012년 스튜디오 더블디를 설립했다. 더블디는 현대자동차, 기아, CJ올리브영, 한화, 월트 디즈니, 아모레퍼시픽, 신세계백화점 등 다양한 기업과 협업했다. 그는 ‘국제 타이포그라피 비엔날레 2017’에서 책임 큐레이터를 역임하고 2018년 독일 뮌헨 디자인 뮤지엄에서 열린 «Korea Design + Poster» 전시에 참여한 바 있다. 현재 더블디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교수로 활동 중이다. «비애티튜드»의 발행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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