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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낙엽 지는 날 연희동에서 홍상수 영화 보기: 라이카시네마

Editor: 윤우진
, Photographer: 박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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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아티스트의 영감을 북돋는 장소를 직접 다녀왔습니다

일을 마치고 연희동에 영화를 보러 갔다(홍상수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독백은 보통 이렇게 시작하곤 한다). 삼청동과 인사동뿐만 아니라 가을의 연희동 또한 영화감독 홍상수와 제법 어울리는 공간이다. 그가 올해 발표한 신작 제목은 «당신얼굴 앞에서»였는데, 이 영화의 상영관을 찾던 중 알게 된 공간이 바로 연희동에 위치한 예술영화관 ‘라이카시네마’였다. ‘카메라 브랜드의 이름에서 따온 것일까’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는데 알고 보니 그 라이카Leica가 아니라 최초로 우주로 나아간 개, 라이카Laika를 기리기 위한 이름이라 한다. 한글 표기만 같을 뿐, 로마자 철자는 다르다.

영화를 본 지 오래 지나고 나면 비록 영화의 줄거리는 어렴풋하게 남더라도 누구랑 봤는지, 어디서 봤는지에 대한 기억은 또렷이 남는다. 또한 영화의 장르에 따라 관람하기에 어울리는 장소가 있다. 마치 비슷한 시기에 영화관에 개봉한 SF 대작 «듄»을 보기 위해서는 용산 IMAX로 가야 하듯이, 이 홍상수 영화에는 이곳 라이카시네마가 제법 잘 어울린다. 상영관은 하나인데 좌석 또한 많지 않은 덕분에 그 시간대에 함께한 관람객들끼리는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묶여 있다는 묘한 유대감을 준다. 영화를 마치고 상영관을 나서면서 하마터면 그들에게 ‘살펴들 들어가시라’고 인사를 건넬 뻔했다.

영화가 끝나고 상영관을 빠져나오면, 영화 속 삶과 현생을 이어주는 듯한 신비로운 형태의 계단을 마주칠 수 있다. 블록버스터나 공포 영화를 보고 나온 후의 영화관 밖 풍경은 너무나 가만해서 안심과 권태를 동시에 주곤 하는데, 홍상수 영화를 보고나서 보게 된 라이카시네마 바깥의 연희동은 현생이 마치 영화의 연장선처럼 느껴지게 한다. 수북이 떨어진 플라타너스 잎을 발로 차며 연희동 골목을 빠져나갈 때, 다시 한 번 뒤돌아 영화관 건물을 바라보게 만드는 여운이 있다.

Place

라이카시네마 :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연희로8길 18 지하 1층

@laikacine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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