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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서울의 자투리, 숨겨진 작은 분더캄머: 39etc

Writer: 윤우진
, Photographer: 윤우진
39e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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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아티스트의 영감을 북돋는 장소를 직접 다녀왔습니다

분더캄머Wunderkammer는 한국어로 ‘놀라움의 방’ 정도로 번역될 수 있는 독일어 단어이다. 본래 유럽의 귀족들이 자신의 애장품들을 보관해서 손님들에게 보여주는 집 안의 작은 공간을 의미했다고 한다. 이제는 구태여 누군가를 집에 초대하지 않아도 SNS로 ‘온라인 집들이’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 오늘날 집 안의 ‘포토존’ 정도로 생각하면 되는 걸까? 이런 분더캄머라는 단어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공간이 서울 이촌동에 있다.

이 동네를 지도 앱에서 보고 있으면 마치 시끌벅적한 서울의 태풍의 눈 같다. 서울 가운데에 자리했음에도 불구하고, 경부선 노선과 국제 업무지구 개발 예정지 같은 굵직한 시설들과 한강 틈에 끼어 마치 서울의 자투리처럼 남아 있다. 이런 위치의 땅을 서울 공화국은 놓치지 않고 커튼월 건물들로 언젠간 메워 버리겠지만 아직은 한적한 아파트와 상가들이 있어 여느 동네와 같은 정겨운 느낌마저 주는 이곳에 39etc가 자리하고 있다.

시골 청과상 같은 철제문을 조심스레 열면, 목재로 둘러싸인 ‘분더캄머’가 있다. 한쪽 벽을 가득 채운 찬장 칸칸마다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마음을 사로잡는데, 모두 누군가의 애장품이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하다. 나무 선반에 살짝 내려앉은 먼지 한 톨까지도 이곳의 분위기에는 제법 잘 어울린다. 처음 방문했을 때 매료되고, 두 번째 방문에 큰 결심을 하고 나오게 되는 이곳에서 작은 열쇠고리를 골라 나왔다. 베를린의 파산넨슈트라쎄 69길이라 적혀 있는 물건. 39etc는 이렇듯 남 모를 유럽의 어느 골목까지 상상하게 해주는 마법 같은 곳이다.

Place

39etc :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촌로18길 21-47

@39et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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