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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03

내가 사는 방식, 생존을 위한 아침의 전투 현장

Writer: 언리얼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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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에게 직접 의뢰한 아트 워크를 소개합니다

‘비오리지널’은 매거진 이슈의 테마에 맞춰 아티스트에게 작업을 의뢰하고 그 과정과 결과물을 살펴보는 섹션이에요. 세 번째 이슈의 테마는 ‘내가 사는 방식This is my life’. 늘 신선하고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있는 듯한 사진 작업을 내놓는 언리얼스튜디오가 이번 테마를 그들만의 방식으로 해석했습니다. 이번 사진 작업은 세 번째 이슈의 키비주얼로 3개월간 웹사이트 대문을 장식합니다. 자세한 작업 후기를 아티클에서 살펴보세요!

지요한, 진서연이 멤버로 활동하는 언리얼스튜디오의 주된 결과물은 포토그래피다. 그 밖에 아트 디렉션, 세트 스타일링, 영상 작업도 병행 중이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있는 듯한 이미지를 지향한다. 상업 사진을 주로 찍다 보니 이번 커미션 워크처럼 커머셜 촬영이 아닌 의뢰를 받을 때면 조금 설레곤 한다. 특히 ‘내가 사는 방식’이라는 주제로 우리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점이 좋았다. 내가 사는 방식은 지난 몇 년간 우리가 계속 의식해왔던 주제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방식에서 우리의 결과물이 나온다. 그래서 가끔 아무리 쥐어짜도 작업이 신통치 않을 때면 우리가 사는 방식이 고리타분해지지 않았나 돌이켜보곤 한다.

평소 작업할 때 영감을 얻는 방법은 구성원마다 다르다. 지요한은 주로 영화나 게임에서 얻는다. 시골에서 자랐지만, 자연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고, SF 영화와 게임에 빠져 살았다. 지금은 반대로 자연이 더 좋아졌지만, 언리얼스튜디오의 작업을 진행할 땐 어떤 주제이든 비현실적인 요소를 넣어보려고 노력한다. 진서연은 영감을 얻는 곳이 따로 있다기보다 어린 시절 형성된 감각을 자양분으로 삼는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취미로 누드 촬영을 하실 정도로 자유분방하고 예술적 기질이 많은 분이라, 어렸을 때 좋은 것을 많이 접할 수 있었다. 작업할 때 주제를 해석하는 방법은 떠오르는 단어를 적으면서 머릿속으로 브레인스토밍을 하고, 어떤 소품이나 세팅으로 함축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다소 평범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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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업을 시작하며 맨 처음 다가온 것은 내가 사는 방식이라는 주제보다 매체에서 준비한 소품이었다. 머리보다는 눈으로 해석하는 걸 좋아해서 그런 것 같다. 넥타이, 구두 같은 직장인의 요소, 아침 식사거리와 조리도구 같은 소품에서 키치한 일상의 매력을 느꼈다. 평소 스스로 시간이 가난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자주 해왔는데 이번 주제와 어떤 지점이 맞닿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고, 작은 전쟁이 매일 반복되는 삶의 혼란스러운 모습을 덤덤하게 그리고 싶었다. 이번 작업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요소가 어딘가 비일상적인 모습을 한 것이 특징이다. 예컨대 시계는 박살이 났지만 시간은 지체없이 흐르고, 그 아래 저울의 바늘은 210g을 가리키고 있다. 쫓기듯 반복되는 일상에 사라져버린 영혼의 무게를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아침 식사를 위한 조리 도구는 생존을 위한 무기일 뿐이다. 특히 첫인상은 햇살이 비추는 아름다운 ‘스틸 라이프still life’ 같지만, 자세히 보면 깨지고, 흘러내리고, 날아다니며 생존을 위한 작은 전투가 매일매일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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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서연은 평소 작업을 진행할 때 커뮤니케이션에 노력을 많이 기울이는 편이다. 클라이언트 잡을 하므로 수능 시험을 보듯, 출제자 역할을 맡은 클라이언트의 의도를 파악해 답을 내려고 노력한다. 촬영에 대해서도 굉장히 구체적으로 스케치하고 거기에 딱 맞게 준비하는 편이다. 작업은 자신의 일상에 지장을 주지 않을 만큼만 하려고 노력하지만, 촬영에 들어가면 그 시간만큼은 최선을 다하고 자유롭게 다양한 시도도 해본다. 반면 지요한의 경우, 철저한 계획가인 아내와 달리 미루고 미루다가 돌이킬 수 없는 시기가 됐을 때 본능적으로 떠오르는 아이디어와 함께 일도양단(一刀兩斷)으로 준비해서 작업에 들어간다. 마감 전까지는 SF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고 놀면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찾아 헤매곤 한다.

상업 작업을 많이 하는 언리얼스튜디오는 개인 작업과의 간극을 관리하는 데 노력을 딱히 하지 못했다. 그럴 겨를 없이 일에 치여 달려왔기 때문이다. 재작년까지 하루 14시간 정도 휴일 없이 일했는데,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안 좋아지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작년부터 생활 방식을 완전히 바꿨다. 아침 8시에 출근하고 저녁 5시에 퇴근해 가족과 함께 쉬는 시간을 꼭 가진다. 일 년에 한 달씩 안식월을 지낸 지도 올해로 3년 차다. 안식월에는 스튜디오 재정비를 하고 여행도 다녀온다. 이렇게 물리적인 작업시간을 줄이다 보니 들어오는 일도 거절하는 경우가 많았고, 따라서 개인 작업을 할 시간이 없던 게 현실이었다. 올해는 한발 더 나아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주4일제로 일하고 금요일에는 인풋을 늘리는 시간을 가지려고 한다. 그동안 인풋 없이 아웃풋만 내보내느라 소진되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인풋이 어느 정도 쌓이면 하고 싶은 이야기, 만들고 싶은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나올 거라고 믿는다. 또한, 인력을 충원해 클라이언트 잡을 소화할 수 있도록 팀을 꾸려보는 생각도 하고 있다. 지금의 일상을 유지하며 개인 작업을 하려면 시스템적으로 변화해야 할 시기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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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커미션 워크를 진행하며 가장 기뻤던 건 광고해야 할 제품이 들어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언제나 제품이 주인공인 사진을 찍기 때문에, 가끔은 그렇지 않은 이미지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출제자의 의도나 형편을 파악하는 게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라 재미있었다. 아까 말했지만, 소품을 매체에서 준비한 부분도 신선했다. 그동안 촬영 소품을 대부분 직접 해온 입장에서, 다른 사람이 준비한 재료를 재해석하며 그림을 만드는 과정도 처음이라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오랜만에 작업 끝에 무엇이 나올지 궁금해 마음이 설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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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창작자로서 갖는 관점과 태도는 두 사람 모두 각자의 입장이 있다. 지요한은 평소 언리얼스튜디오의 작업을 인스타그램이나 핀터레스트 같은 채널에서 발견할 때 끝없는 복제 속에 내던져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새로운 걸 시도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고, 그 강박 때문에 되려 표현에 제약을 받기도 한다. 과연 정체되지 않는 길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중이다. 진서연은 자신을 특별한 창작자라고 여기지 않는다. 이미지를 만드는 게 그저 자신의 직업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에 대한 소명 의식이 강하기에 작업의 진정성을 잃지 않으려고 자주 마음을 다잡는 편이다.

언리얼스튜디오는 지금의 결을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방식의 이미지를 만드는 데 관심을 가진다. 가상공간 속에서 사진은 어떻게 표현될 수 있을지 연구 중인데, 무빙 포토나 360도 촬영, 3D를 접목한 이미지가 대표적이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됐지만 좀 더 발전시켜 새로운 스타일의 사진을 보여주는 게 앞으로의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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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지요한, 진서연으로 구성된 언리얼스튜디오는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사진 스튜디오이다. 2014년부터 지금까지 국내외 다양한 브랜드와 기업의 의뢰를 받아 이미지를 제작하고 있으며 사진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unrealstudio.kr
@unreal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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