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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02

'박서보 불 태우기'가 돈이 된다면: NFT

Writer: 박재용
박재용, NFT, 전시

© Chris Torres

Report

시각 예술계의 현재를 살펴봅니다

요즘 여기저기서 계속 들려오는 단어인 NFT. 대체 NFT는 무엇일까요. 혹자는 예술계를 완전히 바꿀 새로운 개념이라고 하는데, 모르면 혹 뒤쳐지지 않을까 걱정이 들기도 하고요. 다행히 저희가 사랑하는 필자 박재용 님이 NFT와 예술의 관계에 대해 무척이나 쉽고도 깊이 있게 써주셨어요. 에디터도 리포트를 읽고 ‘아하’ 이마를 쳤거든요. 이번 아티클과 함께라면 이제 NFT를 무서워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ERC-721, 2021년 전 세계 미술계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비인간 객체

1949년에 창간된 국제적 미술 잡지 «아트리뷰ArtReview»는 2002년부터 약 20년 째 매년 전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을 선정해 공개하는 ‘Power 100’을 선보이고 있다. 100명의 명단에 선정된 이들이 대체 어떤 영향력을 행사하는지에 대한 논의와는 별개로, 100명의 목록을 훑다보면 한 해 동안 국제 미술계가 무엇에 주목했는지 그려볼 수 있다.

예를 들어 2016년에는 100명 중 단 한 명 뿐이었던 ‘학자’의 숫자가 2020년에는 다섯 명으로 늘어났다거나 (2021년 Power 100에는 독일의 한국인 철학자 한병철도 이름을 올렸다), 어느 순간 ‘사상가’들이 등장해 학자와 같은 비율이 되더니 2021년 목록에는 학자 대신 무려 열 두 명이나 되는 사상가가 이름을 올렸다는 사실. 2020년의 영향력 1위는 특정한 개인이 아니라 ‘Black Lives Matter’ 운동이었다는 사실 등이다.

그리고 2021년 «아트리뷰»의 Power 100의 첫 번째는 약 20년 동안 한 번도 그 자리를 차지한 적 없던 ‘비인간 객체’에게 돌아갔다. NFT 거래를 가능하게 해준 이더리움 블록체인 프로토콜, ‘ERC-721’이 2021년 전 세계 미술계에 대한 영향력 1위를 차지한 것이다.

그러니까, 2021년은 NFT의 해였다. 2020년 총 1억 달러 규모였던 NFT 거래량은 한 해 동안 200배가 넘게 늘어난 23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일반 대중에게 NFT라는 단어를 각인시킨 것은 아마도 2021년 3월 11일 뉴욕 크리스티 옥션이 자체적으로는 처음으로 진행한 NFT 경매를 통해서일 것이다. 이 경매는 여러 의미에서 각별했는데, 경매 대금을 법정 화폐가 아닌 이더리움(ETH)으로 진행했다는 점에서도 그러했다. 그리고 경매에 출품된 비플의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는 38,525 ETH의 가격으로 낙찰되었다. 낙찰 당일인 2021년 3월 1일의 ETH-원화 환율로 환산하면 약 790억 원, 이 글을 작성하는 2022년 1월 6일 환율로 약 1,600억 원에 해당하는 가격이었다.

박재용, NFT, 전시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 © Beeple

319.2MB 크기의 ‘원본’ 파일인 ‘QmXkxpwAHCtDXbbZHUwqtFucG1RMS6T87vi1CdvadfL7qA.jpeg’은 다음 IPFS 주소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같은 해 3월, 한국에서는 ‘디파인 아트’라는 NFT 거래 플랫폼을 통한 경매로 화가 마리킴의 작품이 288 ETH에 판매되기도 했다. 판매 대금은 역시나 법정 화폐가 아닌 이더리움이었다. 경매 주최측이 판매 수익금을 어떤 식으로 분배했는지에 대해 공개된 자료는 없지만, 경매에 쓰인 이더리움 지갑 주소만 알면 누구든 작품 판매 대금이 어디에서 얼마만큼 입금되었고, 또 어디로 얼마만큼 송금되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참고로, 크리스티 경매에 출품된 비플의 작품은 아티스트의 지갑 주소 ‘0xc6b0562605D35eE710138402B878ffe6F2E23807’와 스마트 컨트랙트 주소 ‘0x2a46f2ffd99e19a89476e2f62270e0a35bbf0756’가 공개 되어 있어 누구든 이 NFT가 ‘누구에게’ 이동했는지 알 수 있다. (물론 ‘실제로’ 누구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2022년 1월 4일에 지갑 주소 ‘0x0B7a434782792B539623Fd72a428838eA4173B22’를 사용하는 누군가가 비플에게 0.9 ETH를 송금했다는 정도만 파악 가능하다.)

박재용, NFT, 전시

2021년 1분기 NFT 시가총액 © BIT DEALER

이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우리 모두 알고 있다. NFT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신원을 파악할 수 없는 ‘NFT 아티스트’의 작품이 수백, 수천 ETH에 판매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뱅크시의 작품을 구매한 뒤 불태운 뒤 ‘불타는 뱅크시 작품을 바라보는 순간’을 NFT로 만들어 판매하는 이들이 나타나기도 했고, 전 세계 주요 미술관에 물리적으로 보관 중인 작품을 무단으로 NFT로 만들어 판매한 뒤 저작권 침해로 고소당할 위기에 몰리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사회적 실험’ 중이었다며 종적을 감춘 이들도 있었다. 한국의 원로 화가 박서보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작품을 디지털화 하는 일은 없을 거라며 NFT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이 1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NFT 거래량이 200배 넘게 급증해 230억 달러에 이르는 사이 벌어진 소동이다. 참고로, 2021년 말을 기준으로 전 세계 미술시장의 총 규모는 약 500억 달러로 추산된다.

이쯤 되면 ‘이더리움 코멘트 요청 721번’을 뜻하는 ERC-721이 왜 «아트리뷰» 선정 2021년 Power 100 목록의 첫 번째를 장식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길지 않은 현대 미술의 역사에서는 그 어떤 개인이나 단체도 1년 사이에 시장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의 규모로 성장한 적이 없고, 기존 미술계에서 본 적도 없고 볼 일도 없을 것 같은 ‘아티스트’들의 등장을 이렇게나 큰 규모로 초래한 적도 없으며, 실험과 시도, 심지어 사기와 범죄가 활개치는 상황을 만들어낸 적도 없다. 지난 1년 사이 우리가 목격한 정도의 변화는 아마 당분간 다시 보기 힘든 규모와 강도의 어떤 것임에 분명하다(는 생각을 «아트리뷰»의 편집진도 했을 거라고 본다).

박재용, NFT, 전시

NFT로 돈 버는 법 알려드립니다

NFT가 대체 뭐길래 이런 난리가 일어난 건지에 대해서는 각자의 ‘이해 관계’에 따라 할 말, 할 수 있는 말이 다를 것이라고 본다. 내 입장은 이렇다. 창작자이긴 하되 시각적 결과물을 산출하는 작가라기보다 전시를 기획하거나 미술과 예술에 대한 글을 쓰는 입장, 블록체인이라는 기술이 인류의 미래에 조금이라도 기여를 하지 않을까 기대하는 입장, 이른바 ‘탈중앙화’를 기반으로 하는 가상 자산들이 언젠가 실제 사용 가치를 갖게 될 거라는 믿음을 가진 입장. 선진화된 국가 중 물질만능주의가 가장 강력한 한국의 시민으로 자산 축적에도 관심이 있지만, 1990년대와 2010년대 말 일어난 금융위기를 직접 겪기도 한 입장. 이 와중에, 새로운 기술에 대해 항상 관심을 곤두세우고 관찰하는 자의 입장이라 하겠다.

그래서 대체 NFT로 돈 버는 법이 무엇인지 궁금한가? 가장 간단한 방법은 ‘타인의 창작물을 훔치는 것’이다. 음, 어쩌면 이 방법을 시도하기엔 이미 늦은 건지도 모르겠다.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일러스트레이션 커뮤니티 웹사이트인 ‘디비언트 아트’는 2021년 9월 NFT 작품 도용 자동 경고 기능인 ‘DeviantArt Protect’를 추가했다. 이 웹사이트에 공개된 디지털 일러스트레이션 이미지들을 자동으로 긁어 저장한 뒤 주요 NFT 경매 웹사이트에 올리 수익을 거두는 ‘봇’들이 활개치는 상황을 두고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디비언트 아트의 탐색 알고리즘은 매주 약 380만 개의 NFT 이미지를 검사 중이며, 2022년 1월 5일까지 약 8만 건의 NFT 이미지 도용을 발견했다. 이 웹사이트에서 타인의 이미지를 무단 도용해 NFT로 판매하는 행위는 알고리즘 작동 이후 매달 300%씩 늘어나고 있다.

나도 모르게 내 작품이 NFT가 된다면?

만약 내가 만든 디지털 창작물이 도용당해 NFT 판매 플랫폼에 대량으로 업로드 되어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대부분의 NFT 판매 플랫폼은 미국에서 1998년에 제정된 ‘디지털 밀레니엄 저작권법(DMCA)’을 따르고 있다. 따라서 해당 이미지가 도용되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이미지를 플랫폼에서 삭제할 수 있다. 아니, 정확히는 내 이미지를 도용해서 NFT로 판매하기 위해 해당 플랫폼에 업로드된 게시물만 삭제할 수 있다고 해야겠다.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 자산을 통해 거래가 발생했다면 그것을 되돌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블록체인 기술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 바로 비가역성, 즉 한번 일어난 일을 되돌리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앞서 설명했듯 퍼블릭 블록체인상에서 일어난 거래는 처음부터 끝까지 누구든 들여다 볼 수 있지만, 거래 주체가 ‘현실 세계’의 누구인지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익명성은 대부분의 블록체인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특징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간단한 사고 실험을 하나 진행해보자. 실험 대상은 자신의 작품을 NFT로 판매하는 것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감을 드러낸 박서보 화백의 작품이다.

(1) 누군가 온라인에서 판매 중인 박서보 작가의 작품 에디션 프린트를 구매한다.
(2) 한밤 중에 이 작품을 불태우고 그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한다.
(3) 촬영한 파일을 블록체인을 통해 분산되어 있어 삭제 가능성을 감소시킨 (그럼에도 불구하고 링크가 깨질 위험은 언제든 존재한다) IPFS 프로토콜을 활용해 인터넷에 업로드한다.
(4) NFT 판매 플랫폼에 ‹불에 태운 박서보›를 등록한 뒤, ‘박서보 화백의 작품을 불에 태우는 장면을 목격하는 순간’을 내용으로 하는 NFT를 228.69 ETH에 판매한다.

여기에 대해서 박서보 작가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작가는 사실상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다. 해당 NFT에 대해서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식의 발언을 함으로써 공개적인 대응을 할 수는 있다. 그러나 누군가 자신의 작품을 구매한 뒤 파괴하는 장면을 NFT로 만들어 이득을 취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그 어떤 조치도 취할 수 없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각종 상행위나 금융 거래는 그것을 법적으로 인정해야 할지조차 여전히 논의 중인 상태라 법적인 대응의 가능성도 모호할 따름이다.

만약 작가가 해당 NFT가 판매 중인 플랫폼을 설득하는데 성공해 플랫폼상에서 이 NFT가 조회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에도 한 번 일어난 일은 이미 일어난 일이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다. 이론적으로는 IPFS 프로토콜로 한 번 업로드한 파일은 삭제하거나 변경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박서보 화백의 조치와는 별개로, 한 번 공유되기 시작한 파일은 ‘영원히’ 유통될 것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누군가 이미 추적 불가능한 가상 자산으로 거래를 마친 이후의 일이기도 하다.

박재용, NFT, 전시

‹머저리들› © Banksy

‹머저리들› © Banksy

우리의 사고 실험이 너무 극단적이라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 이 사고 실험은 이미 일어난 일에서 주인공만 갈아 끼운 시나리오다. 2021년 3월, 가상 자산 트레이더들이 모여 스스로를 “예술 애호가”로 지칭하며 뱅크시의 에디션 프린트를 불태웠고, 이 장면을 트위터로 생중계한 뒤 NFT 판매 플랫폼 OpenSea 에서 NFT 로 민팅해 ‹불태운 뱅크시 Burnt Banksy›라는 제목으로 판매했다. 이들이 불태운 뱅크시의 작품은 원본이 아닌 에디션 프린트로, 제목은 ‹머저리들 Morons›이었다. 별 의미 없는 ‘미술’ 작품을 고가로 사고파는 경매장을 묘사한 이 작품의 에디션 프린트는 2022년 1월을 기준으로 약 7,000만 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불태운 뱅크시›의 거래가는 228.69ETH였고, 2022년 1월 6일의 환율로 환산하면 약 9억 원 가량이다. 수익율로만 계산하면 대략 1000%가 넘는 수익을 거둔 셈이다.

박재용, NFT, 전시

내 NFT에 일어나는 일

그렇다면 ‹불에 태운 박서보› NFT를 구매한 사람의 입장은 어떨까? 혹은 이 NFT를 구매한 사람은 대체 어디서 이 NFT를 ‘감상’할 수 있는 걸까? 우리의 사고 실험에서는 블록체인상에서 구매자와 판매자가 독자적으로 거래를 하는 대신 NFT 판매 플랫폼이라는 중계자를 거친다는 가정을 세워보았다. 그러니 ‹불에 태운 박서보›를 구매한 사람이 자신의 구매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은 무엇보다 NFT 판매 플랫폼의 ‘내 컬렉션’ 페이지일 것이다. 그런데 ‘내 컬렉션’ 페이지에 ‹불에 태운 박서보›라는 ‘작품’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동영상으로 만들어진 이 ‘작품’을 보려면 동영상을 올려둔 링크를 클릭해야 한다. (참고: 이 링크를 나만 알고 있는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누구든 블록체인 거래 내역을 통해 공개된 정보를 통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비플 작품의 ‘원본’ 파일을 누구나 내려 받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다.)

그렇다면 작품 구매자인 내가 ‘실제로’ 구매한 것의 실체는 대체 무엇일까? 분명 ‹불에 태운 박서보›를 샀는데, 내가 산 작품을 나만 아니라 누구든 볼 수 있다니, 이건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것 아닐까…? 하지만 여기서 다시 생각해보자. 내가 산 건 ‹불에 태운 박서보›가 아니라, ‹불에 태운 박서보› NFT”다. 그러니까, 내가 산 건 박서보의 예술이 아니라, 박서보의 예술로 만든 ‘대체 불가능한 토큰’이라는 말이다. 말장난 같은가? 그런데 이 말은 장난이 아니라 사실이다. 당신이 구매할 수 있는 건 예술 작품이 아니라 예술 작품(에서 파생된) NFT다. 좀 더 풀어서 말하면, 내가 구매한 NFT는 디지털 파일 자체가 아니라 파일이 저장된 좌표를 알려주고, 해당 파일의 ‘소유권을 주장해 사고팔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블록체인 상의 메시지를 구매하는 것이다. 즉, 달이 아니라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구매한다는 이야기다. 어차피 달은 제 자리에 그대로 있을 건데, 지구에 있는 사람들 중 누가 저 달의 주인인지를 선언하는 문서를 두고 거래를 하는 상황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박재용, NFT, 전시

NFT 월렛과 직접 연동을 지원하는 NFT 전용 디지털 액자 ‘Tokenframe™’ 판매 웹사이트. 거래는 물론 법정 화폐가 아닌 이더리움으로만 이뤄진다.

‘내 컬렉션’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NFT를 흐뭇하게 바라보는 것으로 성이 덜 찬다면, 현실의 물리적 공간 안으로 내 NFT를 가져오는 방법도 있다. 예컨대 ‘당신의 NFT를 현실로’를 표방하는 ‘토큰 프레임’을 구매해서 거실에 걸어놓으면 된다. 이 디지털 액자는 주요 NFT 판매 플랫폼과 블록체인과 직접 연동을 지원하기 때문에, 간단한 인증 절차만 거치면 귀찮은 다운로드와 파일 이동 과정을 거치지 않고 무선 인터넷을 통해 바로 나의 ‘NFT 컬렉션’을 볼 수 있다. 이제 집에 친구들을 초대해서 나만의 NFT 컬렉션을 자랑할 때 휴대전화나 노트북 화면을 거치지 않아도 된다. 물론, NFT의 구매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우리들 인간의 물리적인 육체에 달려 있는 안구로 보았을 때는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완벽히 똑같은 이미지나 동영상을 내려받은 뒤 자신의 거실이나 침실에 있는 디지털 액자나 모니터에 띄워 두는 걸 막을 방법은 없다. NFT와 관련한 법률이나 규정이 아직 존재하지 않기에, 작품이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전시가 될 때 NFT 구매자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과정 또한 그리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NFT의 소유권과 NFT를 사고 팔 수 있는 권리는 그들과 달리 오직 NFT를 구매한 ‘나’에게만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박재용, NFT, 전시

 © Axie Infinity

NFT를 연계한 P2E(Play to Earn) 모델로 화제가 된 게임 ‘액시 인피니티Axie Infinity’. 필리핀에서는 이 게임 내부에서 통용되는 화폐인 SLP를 번 뒤 바이낸스 등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법정 통화로 환전한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직업이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NFT: 당신의 예술은 대체 가능하다. 대체 불가능한 건 토큰뿐이다

크리스티 경매에서 이더리움을 통한 NFT 경매가 화제를 일으킨 지 채 1년도 되지 않은 지금, NFT를 둘러싼 소동은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주요 회사들은 NFT에 대한 언급만으로도 주가가 폭등했고, NBA, 나이키, 아디다스 등 스포츠 관련 브랜드들도 앞다투어 경쟁하듯 ‘NFT 컬렉션’을 출시하고 있다. 유동성 과잉의 시대에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이들은 2021년 한 해 동안 2300%가 넘게 성장한 NFT 시가 총액이 2022년에는 얼마만큼 커질지 적잖이 기대하는 눈치다.

여기서 잠시, NFT 탄생의 배경이 된 ‘이더리움 코멘트 요청 721번(ERC-721)’을 살펴보자. 프로그래머 윌리엄 엔트리켄, 디터 셜리, 제이콥 에반스, 나스타시아 작스가 2018년 1월 24일에 작성한 ERC-721은 ‘디지털인 자산 혹은 물리적 자산의 소유권’을 나타낼 수 있게 하는 이더리움 블록체인 규약이다. NFT로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을 거라고 가정되었던 자산들은 다음과 같다.

(1) 물리적 소유물 — 집, 단 하나만 존재하는 예술 작품
(2) 가상 수집품 — 독특한 고양이 사진, 수집용 카드
(3) “마이너스” 자산 — 대출, 이자 부담 및 다른 책임 사항

이 글을 쓰는 현재 모두가 열광하고 있는 NFT는 3년 전 이맘때 쯤 제안된 것 가운데 두 번째 분류에 해당하는 듯 보인다. 유서 깊은 미술 경매사인 뉴욕의 크리스티를 통해 치러진 ‘NFT 경매’는 NFT 거래가 마치 실체가 있는 어떤 것이 오가는 것인 듯 착각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고, 가상 자산의 가치 교환 가능성을 증명하는 사용 사례use case 노릇을 톡톡히 했다.

앞서 말했다시피 NFT는 달이 아니라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이다. 이 손가락으로는 무엇이든 가리킬 수 있다. 예술 작품일 수도 있고, 게임 아이템일 수도 있으며, 고가의 한정판 스니커일 수도 있다. NFT의 가치는 그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람(구매자)에 의해 발생한다. 만약 지금 이 글을 출력한 문서를 스캔한 뒤 IPFS에 업로드하고, 그것을 이더리움 블록체인 상의 NFT 토큰으로 만든다고 해보자. 이 NFT의 가격은 100ETH다. 누군가 이 ‘대체 불가능한’ 토큰을 100ETH에 구매해주기만 한다면 말이다.

이런 점에서 NFT는 정말 환상적이다. 나는 NFT가 모든 것을 금융 자산으로 바꿀 수 있는 전대미문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한히 복제할 수 있는 디지털 이미지를 ‘단 하나뿐인 것’으로 만들고 싶은가? 그렇다면, 특정한 파일을 NFT로 ‘민팅’하라. 누군가 이 파일을 Ctrl+C와 Ctrl+V로 다른 곳에 복사해서 붙어 넣으면, 모든 디지털 파일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등록 정보인 ‘$P$Hv8rpLanTSYSA/2bP1xN.S6Mdk32.Z3’과 같은 해시값을 비교해서 당신의 NFT에 언급된 해시값을 가진 파일만이 ‘원본’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오늘따라 기분이 너무 상쾌하고, 이 기분을 ‘대체 불가능한’ 토큰으로 만들어 판매하고 싶은가? 이 상쾌한 기분 역시 NFT로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을 다 NFT로 만들어 팔 수 있다. 물론, 그 모든 NFT의 가치는 실제로 거래가 일어나야지 발생하는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직업이 창작자라면, ‘대체 불가능한 토큰’에서 대체 불가능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당신의 예술은 그곳에서 세상의 그 무엇과도 완벽히 대체 가능하다. 대체 불가능한 건 오직 ‘토큰’뿐이다.

박재용, NFT, 전시

Writer

박재용(@publicly.jaeyong)은 현대미술서가 ‘서울리딩룸(@seoulreadingroom)’을 운영하며, 공간 ‘영콤마영(@0_comma_0)’에서 문제해결가solutions architect를 맡고 있다. 전시기획자로 일하기도 하며, 다양한 글과 말을 번역, 통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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