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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스트리밍 킬 더 라디오 스타

Writer: James Chae

From MP3’s to the cloud. How we’ve been trapped in the walled gardens of streaming.

스트리밍은 창의성을 옥죈다. 내가 하고싶은 말은 이게 전부다. 스트리밍 시스템은 소액결제 구조를 통해 예술가를 목 졸라 죽이고 있다.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으로 청취자를 내몰고 매체를 무형화시킨다. 이미 과거 MP3가 음악 미디어의 중요성을 격하시켰지만, 스트리밍은 이를 더욱더 덧없고 일시적으로 만든다. (내가 음악을 많이 듣는 편이긴 하지만) 이런 주장은 단지 음악 듣는 사람의 경험에 바탕을 둔 순수한 의견이다.

기본적으로 스트리밍은 청취 프로세스를 고도로 제어하면서 창의성을 제한한다. 음악과 맺을 수 있는 연결성을 끊어버리고, 그저 쉽게 소화할 수 있는 조각으로 나눠버린다. 알고리즘에 맡기는 큐레이션은 궁극적으로 음악 제작 과정에까지 영향을 미치며 청취자에게 불쾌감을 선사한다. 물론 이런 미디어의 변화에도 장점은 있겠지. 하지만 이번 글에서는 스트리밍 음악 경제의 주요 단점을 거론하여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몇 가지 방안을 제안해보려 한다.

나는 1980년대 중반에 태어났다. 1990년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나만의 음악 취향을 형성했으니 확고한 믹스테이프 파의 꼬마였다. 이전에 쓴 에세이에서도 언급했듯이 나는 팝 펑크 음악을 담은 믹스테이프를 직접 만들고, 그 편집에 온 마음을 쏟아부으며 자랐다. 믹스테이프를 만들기 위해 CD와 테이프 데크를 들고 스테레오 앞에 앉아 재생과 일시 정지 버튼을 손으로 잡고, 이동하는 트랙을 들으며 목록을 작성하고 순서를 지정하곤 했다. CD리믹스와 카세트 믹스테이프의 차이는 바로 이런 실시간 프로세스에 있다. CD 믹스테이프를 굽거나 MP3 재생 목록을 구성하는 것과는 달리, 카세트테이프는 녹음하는 동안 앨범의 전체 노래를 끝까지 들어야만 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음악과 사랑에 빠지게 됐다.

All the stacks have gone. Original photo by Matthew Hurst.

MP3가 유행하던 디지털 시대가 도래했어도 예전보다 더 귀찮아지긴 했지만 나만의 음악 라이브러리를 관리하면서 음악과 나는 지속적으로 연결된 상태였다. 그러나 스트리밍이 지닌 놀라운 편의성은, 그게 좋든 나쁘든, 음악과의 연결성을 끊어버렸다. 물론 유행이 돌고 돌아 바이닐vinyl 수집 시장이 다시 부활하긴 했지만, 이는 아직도 호기심 많고 열성적인 수집가가 향유하는 틈새 시장에 지나지 않다. 지금 시대에 유일하게 살아 있는 물리적인 음악 상품은 K-Pop 아이돌의 CD 정도라고 생각한다. 아이돌 사진 때문에 CD를 사는 팬 대부분은 아마 CD 플레이어도 안 갖고 있을걸!

지금까지 너무 스트리밍 욕만 한 것 같아서, 공정함을 위해 그간의 스트리밍 시장의 성장이 청취자에게 어느 정도 도움이 된 측면인 큐레이션에 대해 말해보려고 한다. CD 시대에 음반사 컬럼비아 레코드Columbia Records에서는 소비자에게 직접 다가가는 ‘컬럼비아 하우스 레코드Columbia House Records’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구독 신청을 하면 관심 있는 장르와 관련된 레코드 더미를 매달 수령할 수 있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음악을 완전히 즐기면서, 별 관심 없는 음반은 반납하는 식이었다. 소비자가 할 일은 그저 연말까지 특정한 주문 요구 사항을 충족하는 것뿐이었다. 이런 식으로 컬럼비아 하우스 레코드는 오늘날 디지털 스트리밍 컬렉션과 마찬가지로 개인이 시간을 더 들이면 음반을 선별해 들을 수 있었다.

Spotify’s Rap Caviar and K-pop Daebak have broke open many artists.

스트리밍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포문을 연 작업은 바로 음악 큐레이션 컬렉션이다. 서비스의 기초가 되는 알고리즘 설정을 약간 뛰어넘는 것인데, 음악 큐레이션 리스트는 이제 기계적으로 무심하게 뽑히는 단계를 넘어 마치 사람이 손으로 정성스레 고른 듯한 서비스로 진화 중이다. 일부 그룹과 아티스트는 이런 변화를 통해 큰 혜택을 입었다. 스포티파이Spotify의 플레이리스트 중 ‘랩 캐비어Rap Caviar’가 좋은 예다. 여기에선 최신 힙합 트랙과 유서 깊은 클래식 힙합 트랙이 MC 배틀처럼 서로 경쟁한다. 또 다른 예로 ‘케이팝 대박K-Pop Daebak’이란 이름의 싱어송라이터가 만든 플레이 리스트는, ‘데미안’(오디션 프로그램 ‘슈퍼밴드 II’에 참여한 뮤지션)을 처음으로 선보이기도 했다. 이런 플레이리스트는 살아있는 생명처럼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새로운 음악을 소개한다는 면에서 보자면 충분히 가입할 명분이 있는 셈이다. 게다가 아티스트가 등장하는 씬까지 만들어주니까.

하지만 이런 목록과 알고리즘 중심의 스트리밍 구조에는 어두운 면이 존재한다. 바로 음악의 형식을 결정한다는 점이다. 스트리밍과 소셜 미디어가 매우 밀접하게 관련돼있는 현 상황에서 아티스트는 음악이 소비되는 방식에 맞는 음악을 만드는 데 노력을 마다하지 않는다. 대표적인 예가 장르의 출현이다. ‘스포티파이 코어Spotify-core’, 그리고 드레이크Drake의 히트곡인 ‘투시 슬라이드Toosie Slide’의 경우를 살펴보자. 스포티파이 코어는 변덕스럽고 멈추지 않는 배경 음악으로 듣기에 완벽한 터라 스포티파이에서 끊임없이 소환되는 음악을 총칭한다. 투시 슬라이드는 입소문 타기 좋게 만들어진 덕분에 소셜 미디어 플랫폼인 틱톡에서 대박을 쳤다. 가사만 들으면 자연스럽게 문워크를 출 것 같은데, 정작 공식 뮤직비디오에서는 드레이크가 다른 춤을 춘다는 게 함정이지만.

선별된 플레이리스트가 해결하는 문제 중 하나는 선택 가능한 음악의 폭에서 기인하는 압도적인 불안감이다. MP3 시대를 넘어오며 수년간 축적된 문제지만, 이젠 선택의 폭이 너무 넓다. 여기에서는 알고리즘 청취가 무척 유용하다. 그때그때 기분에 맞춰 아티스트와 장르를 선택하고 로봇 DJ가 제어해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취 경험을 향상시킨다는 면에서 이러한 플랫폼은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정보가 청취 공간을 침범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스트리밍 업체 ‘멜론’의 경우를 살펴보면 노래가 재생될 때 그에 맞춰 가사를 제공한다. 지니어스Genius는 특정 트랙에 첨부된 가사 및 배경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스포티파이와 협력하기도 했다. 물론 이건 꽤 재미있는 기능이다. 프로필에 아티스트 정보를 첨부해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정보와 데이터는 경험을 정의하진 않는다. 진정한 발견을 주기보다는 데이터 중심의 토끼굴을 확장할 뿐이다.

Image curation sites have flattened the landscape of visual culture.

디자인계에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앞서 나는 디자이너로서 이미지 사이트의 알고리즘 연금술에 대해 한탄했지만, 어쩔 수 없이 이런 흐름에 이미 발을 담갔다. 평평한 이미지 경제의 첫 번째 주범은 바로 핀터레스트Pinterest다. 매우 강력한 이미지 알고리즘으로 통해 디자인, 공예, 예술 및 사진에 대한 무수한 예를 찾아볼 수 있다. 핀터레스트의 편리함은 말 그대로 ‘영감’의 벽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초기의 핀터레스트에서 느낀 끝없는 발견 가능성에 약간의 기쁨을 느끼기도 했지만, 이 시스템은 지배적이라 거의 사람을 질식시킬 정도다. ‘그래픽 디자인’이란 간단한 단어를 검색하면 수천, 수만 개의 이미지가 뜬다. 사람들이 많이 고정pinned하거나 조회한 것에 국한되어 이미지는 검색되며, 단어에 대한 적확한 예시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또한 시각적으로 유사한 결과값만 보여줘 실제로는 다양한 이미지 검색 결과를 얻기 힘들다. 유사한 예의 이미지로 이뤄진 동일한 토끼굴에 갇히게 되는 셈이다. 이 모든 것은 창의성을 제한하며, 창의적인 사람들에게 당근으로 작용할 뿐이다. 이와 같은 문제는 구글 이미지 검색을 할 때에도 유사하게 발생한다.

이제 인스타그램은Instagram은 가장 폭력적인 플랫폼이 되어버렸다. 인스타그램의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과 전용적으로 운영하는 시각 형식 덕분에 사람들은 더 이상 포트폴리오 사이트를 검색하지 않는다. 크리에이티브 업계 전문가들은 자기 홍보를 위해 인스타그램으로 대거 이주했고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다양한 창을 제공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자신을 마케팅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당연하게도) 전문적인 이미지 및 이미지 제작 능력을 저하시킨다. 사람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려 좋은 품질, 다양한 이미지를 만드는 게 불가능해지기 때문인데, 결국 이미지의 품질은 하향평준화를 면치 못하고, 인스타그램에 참여하는 모든 참여자는 다른 이의 관심을 끌기 위한 ‘쥐 경주’에 던져졌다.

결과적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명징하다. 첫째, 스트리밍은 청취자와 아티스트 모두의 창의성을 제한한다. 둘째, 또 다른 심각한 문제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이 초래하는 악몽이다. 청취자는 그들이 제공하는 제한된 라이선스 안에 갇혀버린다. 타이달TIDAL 같은 경우에는 힙합 중심의 선곡을 고르게 제공하고 기업 오너인 Jay-Z의 특별한 곡들을 선보이지만 이것도 제한적인 경험에 불과하다. 스트리밍으로 인한 닫힌 세계는 스캔들로 이어진다. 소비자는 각각의 서비스가 제공 가능한 선에서만 음악을 모을 수 있다. 특별한 음반 숍에서 모르는 음반은 찾을 수 없고, 대형 음반점에 있는 음반만 구입가능한 것과 유사하다. 비틀즈의 경우, 저작권 문제로 애플 뮤직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해서 한동안 온라인 그 어떤 곳에서도 정식으로 들을 수 없었다. 유튜브나 불법으로 업로드된 곡들을 듣는 것 말고는 방법이 전무했다.

이 글에서 특별히 논의하지는 않았지만, 또 다른 주요한 문제는 아티스트를 위한다는 스트리밍이 오히려 불공정을 조장한다는 점이다. 아티스트는 청중이 좋아하는 음악에 집중하기보다 자신의 음악을 선보이고 청중에게 적절한 보상을 받는 사람들이다. 이제 스트리밍 서비스가 보편화된 지금, 그들은 가입자가 더 많은 서비스를 선택하고, 그곳에서 선택받는 환경 아래에서 경쟁을 해야한다. 이런 상황은 앞서 언급한 랩 캐비어와 스포티파이 코어 같은 이슈와 연결된다.

기계 중심의 리스닝에 매몰되는 것에서 벗어나고 싶거나, 혹은 과거의 아날로그형 청취 경험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이 글을 쓰게 된 원동력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이유가 무엇이든 오늘날의 청취 환경에는 확실히 말하건데 인간미가 결여됐다. 나는 솔직히 그것을 되찾고 싶은 마음이 크다. 

Writer

제임스 채는 현재 서울에서 거주하는 교포 디자이너이다. 디자인 작업을 하면서 교육자로 활동하고 있다. 홍익대학교 디자인컨버전스전공 조교수로 있으며 상업과 예술 사이에 디자인과 디자이너의 역할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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