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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01

추억으로 가는 열쇠 - 편집물, 리믹스, 샘플링에 대하여

Writer: 한스 니스반트Hans Nieswandt
한스

추억으로 가는 열쇠 – 편집물, 리믹스, 샘플링에 대하여

“나는 디제이. 내가 플레이하는 음악이 바로 나.” 데이비드 보위는 이렇게 노래했다. 그리고 그의 말이 맞다. 거의 40년간 디제이로 활동한 나는 지금 내 성격과 개성을 바로 이렇게, 레퍼토리, 곧 내 컬렉션으로 정의한다. 그것은 오랜 세월 동안 내가 축적한 자료이며, 나가서 음악을 틀 때마다 곡을 선정하는 기반이다. 그리고 물론, 나는 사람들이 집에서 음악을 듣는 것과는 매우 다른 방식으로 음악을 듣는다. 속도를 높이고 줄이거나, 반복하고, 인트로를 생략하고 중간부터 노래를 틀거나, 한 곡을 다른 곡들과 믹싱하다가 마음에 맞게 소리를 희미하게 줄여가며 라이브로 조작한다. 그뿐만 아니라 집에 있는 작은 스튜디오에서 나만의 특별하고 독점적인 버전의 노래들을 준비하기도 한다. 이 버전들은 내가 재생할 때만 들을 수 있고, 구입할 수도 없으며, 인터넷에서도 찾을 수 없다. 나는 특히 아주 오래된 노래, 빈티지한 소재, 전혀 알려지지 않은 곡들을 가지고 오리지널 형태의 댄스 트랙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이때는 깊은 기억에서 나온 바이브, 심지어 내가 디제이나 디스코가 존재하는지조차 몰랐던 어린시절에서 나온 판타지까지도 전달한다. 나는 마치 재단사나 목수가 오래된 옷을 리폼하거나 가구 한 점을 새롭게 뜯어 고치는 것처럼 이 곡들을 가져다 개조하여 새롭게 만든다. 이러한 작업은 놀기 좋아하는 아이와도 비슷하다. 애초에 나는 매우 좋아하는 곡들을 가지고 이렇게 개인적인 버전으로 만들기를 무척이나 즐기는데, 이러한 작업을 음악계에서는 통칭 편집물Edits이라고 칭한다. 

David Bowie – DJ (Official Video)

편집물이란 단어가 낯선 이들을 위해 부연 설명을 하자면,  편집물은 편집 과정의 산물을 말한다. 이 편집의 과정은 일반적으로 미디어 객체나 데이터의 모양, 형식 또는 내용을 물리적이거나 비물리적 방식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편집’이라는 단어는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되곤 한다. 예를 들어 편집자가 텍스트를 편집하는 식으로, 편집의 대상이 다양하다. 그러나 대부분은 비디오나 오디오 테이프를 가리킨다. 물론, 요즘은 사운드와 기타 파일들도 편집되지만 그 용어 자체는 사람들이 면도칼과 접착제 등의 자르고 붙이는 도구들을 써서 수작업으로 수행했던 비디지털non-digital 기법들을 가리킨다. 그러나 (너무 많이 편집되지 않기를 바라며) 이 텍스트에서는, 편집이라는 용어를 오디오 처리 분야의 의미와 연결하여 사용할 것이다. 더욱 정확히는, 여기서 편집 문제에 대한 관점은 디제이의 관점, 즉 편집물을 듣기 좋아할 뿐 아니라 실제로 작업하여 직접 만드는 사람의 관점이다. 

그러면 디제이의 입장에서 말하는 편집물은 무엇을 가리키는가? 편집물은 커스터마이즈된 버전의 노래들을 뜻한다. 종종 레코드 레이블에서 의뢰를 받긴 하지만 보통은 허가를 받지 않고 디제이 스스로 만든다. 여기서 편집물의 사촌동생격인 ‘리믹스’와 크게 다른 점이 바로 눈에 띈다. 리믹스는 거의 언제나 멀티트랙 레코딩 중에 이루어진다는 점이 다르다. 요즘은 리믹스를 할 때, 소위 ‘스템’ 파일을 받는다. 리믹스 제작자는 8, 16, 24트랙 혹은 어떤 트랙이라도 한 곡을 구성하는 모든 개별 트랙에 접근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수치는 테이프 머신 시대에 나온 것이며 현재는 더 이상 타당성이 없지만, 이런 종류의 작업에 쓰이는 자료는 여전히 음반회사나 에이전시 혹은 아티스트로부터 직접 구해야 한다. 리믹스 제작은 항상 합법적인 과정으로, 계약, 일거리, 아니면 적어도 호의에 기반해 시작된다. 그렇게 ‘리믹스해주실 수 있나요?’라는 부탁을 받는다. 

반대로 편집물은 대개 누구의 요청도 받지 않은 채 이루어진다. 그보다는 오히려 편집물 제작자들이 아이디어가 있으면 추진하곤 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편집물이 고전적으로 오리지널 스테레오 마스터에서 파생되기 때문이다. 즉 편집물이란 매장에서 음반을 구입하건, 어디서 다운로드를 하건, 혹은 친구 집에서 메모리 스틱에 담아오건 간에 음반에서 새롭게 발견한 곡을 가리킨다. 관심과 열정과 하드 드라이브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대한 산처럼 쌓인 녹음 레퍼토리와 그 산에 오를 소프트웨어 도구에 접근할 수 있다. 적어도 요즘과 같은 시대에는 그렇다.  

1934 AEG Magnetophone

음악 편집물의 탄생 

그러나 상황이 항상 이렇게 쉬웠던 것은 아니다. 편집물의 역사는 마그네틱 테이프로 거슬러 올라간다. (다른 여러 대중문화의 과정들과 유사하게) 음악 편집물은 적어도 우리 관심 분야 안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전후 즈음 시작됐다. 당시 미군 통신부대 병사였던 잭 멀린이 고성능 녹음기 AEG 마그네토폰Magnetophon 두 대와 파르벤Farben 마그네틱 오디오 테이프 쉰 개를 독일에서 본국으로 가져오면서 부터였다. 그때 독일은 오디오 녹음 분야에서 가장 선진화된 기술을 가지고 있었으며, 당연히 그것을 선전/선동 수단으로 적극 활용했다. 곧 잭 멀린은 마그네틱 테이프가 엔터테인먼트 용도로 쓰일 잠재력을 깨달았고, 결국 나중에 가수 빙 크로스비에게 고용되었다. 빙 크로스비는 마그네틱 테이프의 음질에 매우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것은 오디오 자료 녹음에 그때까지 사용되던 방식인 셸락 원반보다 훨씬 더 음질이 좋았다. 그때부터 테이프는 매우 신속하게 전 세계 라디오와 음반 회사들의 녹음 표준이 되었다.

그리고 테이프들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당연한 수순으로, 편집을 거쳐 오류를 제거하고 타이밍에 맞추어 다듬고 줄여서 사용할 만한 레코딩을 준비해야 했다. 대부분 창의적인 사람들이 이 음반산업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테이프를 가지고 장난치고 거꾸로 재생하고 속도를 높이거나 낮추면서 전례 없이 새로운 오디오 효과를 창출해냈다. 예를 들어 테이프를 자르는 각도를 달리 하면 다른 종류의 스크래치가 새로운 음향 효과를 가져왔고, 테이프와 테이프를 잇는 접착 테이프 자리에 빈 자국이 남아 멋진 트레몰로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렇듯 1940년대부터 테이프 편집의 무궁한 잠재 가능성이 펼쳐졌다.

프랑스의 아방가르드 작곡가 피에르 셰페르Pierre Schaeffer는 이러한 기법의 주요 개척자로 꼽힌다. 그는 진지한 전후 실험 작곡 분야에서 테이프 편집 기법들을 탐구하였는데, 가장 대표적인 곡으로 기관차 같은 사물과 같이 음악 작곡 분야에서 전통적으로 사용하지 않던 여러 일상의 음원들을 위해 ‹에뛰드›를 녹음하고 편집했다. ‘구체음악musique concret’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음악 장르는  20세기 음악사에서 견고한 자리를 차지한다. 한편 독일에서는 카를하인츠 슈토크하우젠Karl-Heinz Stockhausen은 일찍이 테이프 실험에 몰입하여, 음원으로 쓸 만한 테이프 루프를 만들어냈다. 독일만의 고급스러운 접근법이 더 폭넓은 청중을 대상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는 점은 이 글의 목적을 고려할 때 간과할 만하나, 앞선 예들이 현대적 편집물 개념과 다른 점은 사람들이 편집물을 실제 편집물로 인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는 그 차이를 감지할 만한 편집 미학이 없었다. 예를 들어 어떤 음원을 실제 편집물로서 제대로 감상하려면 그 차이점, 다시 말해 원본 자료에서 새롭게 이루어진 처리 효과를 들어야 한다. 즉 원본 자료를 알고 있어야 편집물에 어떠한 차이가 생겼는지 파악할 수 있다.

조각조각 잘라 재구성한 최초의 음반으로 평가할 만한 편집물을 만든 공은 아마도 코미디언 듀오 뷰캐넌 & 굿맨Buchanan & Goodman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다. 1956년 작 “비행 접시Flying Saucer”에서 두 사람은 외계인 공격에 대한 보도와 (정말 짧은) 당대의 로큰롤 히트곡 구간들을 교차 편집하여 위협적인 상황을 효과적으로 전달했다. 당시에는 분명 놀랄 만큼 현대적으로 들렸을 것이다. 

피에르 셰페르Pierre Schaeffer – 에뛰드

피에르 셰페르Pierre Schaeffer – 에뛰드

뷰캐넌 & 굿맨Buchanan & Goodman – 비행 접시Flying Saucer

1960년대를 편집하다디제이의 등장

예술과 장치 양쪽 측면에서 많은 실험과 경험이 이루어지면서 1960년대를 맞이했다. 테이프 제작 기기의 운용성이 커지면서 가격이 저렴해졌고, 테이프 기계는 고상한 재즈와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을 위한 세련된 가전 제품이 되었다. 이들은 듣는 즐거움에 대해서만큼은 라이프스타일의 기준이 더 높았다. 당대 최고 인기였던 비틀스 멤버들 모두가 집에 레복스Revox 기기를 갖추었고, 음반을 들으며 거칠고 즐거운 탐험을 즐겼다. 한편 실험적인 작곡가 테리 라일리Terry Riley는 1967년에 테이프 편집물을 만들었다. 실험적인 작곡가가 만든 것이 아니었다면 최초의 디스코 편집물이라 평가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가 작곡한 하비 애번Harvey Averne의 “You’re No Good”은 잠시 동안 원곡의 펑키 소울 그루브를 상당히 견고하게 유지하다가, 청자가 황홀해서 지칠 정도로 변화를 주는 방향으로 편집하였다. 그 또한 의도적인 것이었다. 이 같은 곡들은 물론 최소 20분 길이에 환각을 일으킬 정도로 현란해서, 연구 목적으로 전체 곡을 들으려면 약간의 용기와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테리 라일리Terry Riley – You’re No Good

클럽에서 재생되된 음악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기로 한다. 그러나 완성된 곡을 어떤 부분은 늘이고 어떤 부분은 잘라 댄스 플로어용으로 맞춤 조정한다는 개념은 그보다도 5년은 앞서 세워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1970년대 초의 디스코 열풍으로 인해 매우 구체적인 음악적 수요가 있던 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편집물의 미학을 오늘날과 같은 방향으로 밀어붙일 수 있었던 것이다. 바로 어떤 곡이든 청중들에게 먹히게 만드는 것이 유행이었다. 곡을 구입하고 음원을 입수했으니 어떤 면에서 보면 그것은 이제 당신의 음악이다. 당신은 자동차나, 겉옷이나 식사 한 끼를 맞춤 주문하듯 구입한 노래 역시 자기 뜻대로 꾸밀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무엇보다도 그것이 실제 당신의 곡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가 된다. 당신이 소유한 것은 한 조각의 플라스틱(혹은 바이트 조각들)에 불과하다. 재킷을 예로 들어보자. 팔을 잘라내고 등에 은색 징을 박아 당신 이름을 쓰고 걸어 다닐 수 있지만, 그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것은 고사하고 판매조차 할 수 없다. 그렇지만 그렇게 걸어 다니는 퍼포먼스로써 소비할 수는 있다. 여기서 디제이들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그들은 실제로 두 역할을 모두 다 할 수 있는 존재들이다. 디제이들은 대중에게 더 인기를 끌기 위해 기본적으로 자신들이 플레이하는 클럽에서 독점적으로 듣고 춤출 즐거움을 만들기 위해 곧 그들만의 음악을 맞춤 제작하여 특별한 개인 버전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러한 유행에 대하여 처음에는 특히 오리지널 아티스트들이 그들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디제이 음악에 큰 잠재력이 있는 것을 깨달아 곧 뉴욕의 음반사들부터 이 방식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그중 다수가 독립적이고 특화되면서 편집물 제작 분야는 1970년대 초에, 매우 화려한 뉴욕 디스코 현장에서 소규모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대표적인 예로 ‘아세테이트’가 있다. 타이밍 감각이 좋고 면도칼을 차분히 다룰 수 있는 디제이와 엔지니어들은 특정 유명 트랙의 릴과 릴을 이어붙여, 드럼 소리를 늘리고 효과음을 삽입하여 긴장감을 유발하는 편집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대중을 신나게 하고 노래(대부분 템포가 빠른 디스코 신곡)에서 가장 강렬한 부분을 떼어다가 최대의 효과를 내는 버전을 맞춤 제작했다. 그들은 곧 다른 곡들의 부분도 마찬가지로 편집할 수 있는 것을 깨달았다. 이때 바로 그 유명한 ‘마스터 믹스’가 탄생한다. 이런 창작물은소규모 커팅 스튜디오로 옮겨져, 그곳에서 소리를 직접 잘라 아세테이트 음반에 실시간으로 붙여졌다. 그런 식으로 디제이가 그날 밤 자신의 클럽에서 플레이할 하나의 편집물이 만들곤 했다. 오직 그 장소에서만, 예를 들어 “Instant Replay”나 “Another One Bites The Dust”의 굉장히 특별한 버전을 들을 수 있었다. 월터 기번스와 존 모랄레스, 선샤인 사운드 사, 혹은 디제이 대니 크리빗은 그 시절 초기 디스코 편집물 창작 분야에 관여한 가장 유명한 사람들에 속한다. 요즘은 그 모든 것을 온라인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기번스, 모랄레스, 크리빗의 편집 작업은 적절히 라이선스 계약된 바이닐 컴필레이션 음반으로도 구할 수 있다. 오리지널 아세테이트(그리고 본질적으로 같으나 다른 이름을 가진 ‘덥 플레이트dubplate’)는 물론 매우 비싸지만, 만일 구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처음 플레이하는 즉시 디지털화하기 바란다. 왜냐하면 30회 정도 플레이하면 이미 그 수명이 다하는데다가, 지금 남아 있는 아세테이트 음반들은 대부분 많이 낡아 있어서 매우 귀하기 때문이다.

Dan Hartman – Instant Replay

Dan Hartman – Instant Replay

Queen – Another One Bites The Dust

이렇게 댄스 플로어용으로 개선한 파생물은 특히 말끔하게 비트를 섞어 만든 음악이 클럽에서 유행하자(그리고 이후 이 표준은 오랫동안 변화가 없었다) 큰 성공을 거두었다. 모든 클럽에서 매끄러운 믹스를 원했지만, 확실히 모든 교외의 디스코 디제이들이 비트를 믹스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또한 음악 팬들이 결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반복되는 스타일을 집에서도 듣기를 원했다. 그래서 조심스러운 카세트테이프 복사본 시장이 활기를 띠었고, 더 나아가 대형 레이블도 뛰어들면서 곧 “Stars On 45”와 디스코 골드 러시 시대의 끔찍한 혼종의 결과물들이 등장했다. 1973년과 1986년 사이에 아세테이트, 부트렉bootleg 혹은 합법적인 바이닐 음반 형태로 나온 편집물과 마스터 믹스의 양을 가늠하려면, 네덜란드의 음악 전문가이자 수집가인 디스코 패트릭이 만든 “The Bootleg Guide”에 자료가 풍부하게 남아 있다.

Stars On 45

bootleg. disco. guide

The Bootleg Guide

그중 대부분은 금세 버려졌지만, 여전히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걸작들도 그것들이 미래에 끼칠 영향은 의식하지 못한 채 함께 편집되었다. 1980년에 마하Mach라는 이름으로 부트렉 레이블 리믹스 레코즈Remix Records에서 “On & On”이라는 트랙이 출시되었다. 당시 클럽에서 선호하던 일련의 곡들을 몰아넣은 “Funky Mix”의 B면을 잘라 반복적인 비트에 붙였다. 사실 상당히 괜찮았지만 ‘매우’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곡이었다. 기본적인 테이프 루프가 절대 멈추지 않는 식이다. (Lipps Inc.의 “Funky Town”이라는) 동일한 루프를 근간으로 하는 “On & On”도 마찬가지이지만, 단지 루프를 따라가면서 몇 개의 레이어를 추가하여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최초의 하우스 트랙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진화했다. 한편 시카고 출신 디제이 제시 손더스는 “On & On”을 자신의 트레이드마크 인트로로 광범위하게 활용하다가 도난당하기도 했다. 그 다음에는 그것을 재녹음하기로 하고 자신의 레이블 제스-세이Jes-Say를 통해 본인의 버전을 내놓았다. 이 일은 당시에는 시카고 남부의 작은 이야깃거리에 불과했으나, 지금은 하우스 뮤직의 구약에 등장하는 핵심적인 신화 중 하나다. 

비록 디스코 편집물이 하우스 뮤직과 현대적인 디제이의 접근법이 발전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해도, 아세테이트 음반이건 부트렉 바이닐 판이건 디제이 부스 안에 설치된 릴투릴 기계이건 간에, 하우스 뮤직이 기세를 떨치면서 편집물은 급격히 인기를 잃었다. 그 이유는 디지털 샘플러의 대두되면서 가격이 하락된 때문이었다. 1980년대 말 즈음, 대다수 디제이들이 이것들을 구입할 수 있게 되면서 음악 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부트렉 레이블 리믹스 레코즈Remix Records – On & On

부트렉 레이블 리믹스 레코즈Remix Records

제스-세이Jes-Say – On & On

샘플링과 리믹싱마우스 클릭으로 디스코에서 하우스까지 

1970년대에 이미 댄스 플로어를 잘 아는 디제이들이 리믹스 제작 보조로 고용되거나 일을 의뢰받았다. 리믹스가 힙해지면서 뒤따른 시대적 요구였다. 더욱 더 많은 디제이들이 자신만의 특정한 스타일이나 트레이드마크 사운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또한 그들의 명성과 취향과 히트작을 만드는 증명된 힘이 리믹스에 대한 더욱 모험적인 접근법으로 이어져서 때로는 오리지널 버전이 거의 잊혀질 정도였다. 그러나 믹싱 콘솔과 샘플링 기계까지 다뤄서 디지털 시대로 잘 들어서려면 훈련받은 엔지니어들이 있는 적절한 스튜디오가 여전히 필요했다. 영국의 듀오 The KLF의 빌 드러먼드는 자신의 흥미로운 작은 책 «The Manual – How To Have A Number One The Easy Way»에서 기본적으로 큐레이션 같은 제작법을 매우 정확하게 묘사한다. “샘플링 하고 싶은 음반을 잔뜩 스튜디오로 가져가, 오퍼레이터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주고, 그리고 꼭 잊지 말고 그에게 차와 샌드위치를 만들어주면서 스튜디오가 참 멋지다고 칭찬하라.” 곧이어 1990년대에 들어서자 이제 디제이들의 침실 자체가 스튜디오가 되었기 때문에, 샘플링 음반 제작 소규모 스튜디오들은 대거 문을 닫아야 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내 스튜디오와 타자기 역시 같은 기기로 통합되어, 나는 이것을 들고 어디든 갈 수 있게 되었다.) 

디제이들에게는 레퍼토리만이 전부이므로, 새로운 샘플링 기기는 녹음된 음악의 역사가 담긴 소리 아카이브에 들어설 완벽한 열쇠였다. 그러나 그후 여러 해 동안, 샘플러의 메모리 용량이 제한적이라는 문제에 봉착하였다. 흔히 있는 일이지만, 기술적 한계로 인해 새로운 미적인 해결책이 나왔다. 짧은 샘플 루프, 음악적 인용구가 프로덕션의 새로운 근간으로 자리잡았다. 그보다 10년 전에는 힙합 디제이들이 두 개의 턴테이블에 두 개의 음반을 올려둔 채 왔다갔다 하며 엄청 힘들게 믹싱하곤 했다. 그 작업을 통해 래퍼들이 목소리를 얹을 수 있는 안정된 백 비트를 만들어 펑키 브레이크를 선보였으나, 이제는 컴퓨터로 쉽게 루프를 만들고 예전 같은 난리법석 없이도 무한 반복이 가능해졌다.

한편 음반 표절은 모호한 방식으로도 분명한 방식으로도 이루어졌다. 샘플 열풍의 초기 정점은 드 라 소울De La Soul의 데뷔 앨범 «Three Feet High And Rising»이었다. 이 앨범은 샘플 콜라주의 예술적 잠재력뿐 아니라 그 작업을 함으로써 말려들 수 있는 법적 문제까지 보여주었다. 수개월에 걸친 협상을 마친 다음에야 현재는 힙합과 샘플 음악사의 초석이 된 이 앨범이   정식으로 발매될 수 있었다. 

드 라 소울De La Soul – Three Feet High And Rising

그 당시에는 사실 업계의 아무도 이와 같은 전개를 기대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 음반의 부분을 카피해서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일은 윗선에서 결정한 일이 아니었다. 대형 음반사의 경영진이 고안하거나 기획하여 결정한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턴테이블과 샘플러로 음악 만들기는 취약 계층이 주로 하던 작업이었다. 돈이 없고 비싼 장비도 쓸 수 없는 음악가들을 위한 방식이었다. 그래서 대기업들이 샘플링에 대해 보상받을 방법을 빠르게 개발하는 동안(길버트 오 설리번Gilbert O’Sullivan과 비즈 마키Biz Markie의 사례처럼 샘플 사용이 금지되는 경우는 드물었고 대부분 거래가 이루어져 일부 나이든 드러머들이 저작권료를 많이 받았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시장의 감시하에서 샘플링 문화는 언더그라운드 클럽을 중심으로 번성했다. 포투더플로어four-to-the-floor 비트의 안정된 리듬을 갖춘 기본적인 하우스 공식이 온갖 종류의 샘플을 배열하는 탁월한 창의성에 기반이 되어 주었다. ‘필터 디스코Filter Disco’ 스타일은 1990년대의 표어가 되었다. 다양한 디스코 트랙이 부분 부분 걸러지며 열리고 닫히는 가운데 지겹도록 반복되면서 긴장을 조성하는 동시에 무아지경에 이르게 한다. 오리지널 음원, 즉 샘플링한 소스 자료는 더욱 더 영감의 씨앗이 되어 디제이 프로듀서가 원하는 방향으로 자라났다. 이는 특정한 원본 음악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원료로 삼는 운동movement에 가까웠다. 특히 원본을 비틀고 가릴수록 더욱 좋은 것으로 평가됐다. 

Starsailor – Four To The Floor

현대적인 디스코 편집물 

이러한 현상은 2000년 이후 바뀌기 시작했다. 하드 디스크 녹음 메모리 용량이 전례 없이 커졌을 뿐 아니라 (힙합부터 하우스까지, 드럼 앤 베이스에서 테크노, 그리고 그 이상까지) 광범위한 샘플 기반 혹은 샘플 보조 전자 음악 제작 분야에서 여러 해 동안  전향적인 혁신을 거듭한 결과, 전반적으로 놀라운 상업적 성공과 세계적인 영향력에 힘입어 일부 언더그라운드 제작자들은 기본적으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기 위해 이 유산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이제는 구식이 된 편집물을 재고하여 한계점에서 솔루션을 이끌어낼 새로운 방법을 발견하는 것이다. 음반에서 브레이크 부분이나 사용할 만한 섹션을 샘플링하는 대신, 전 곡을 컴퓨터에 로딩하고 접착제나 면도칼이 없이 바로 편집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대신에 이퀄라이징과 컴프레싱을 위한 최신 소프트웨어 덕분에 옛 노래들이 마치 지난주에 만들어진 것인 양 끝도 없이 쏟아져 나와 빛을 발했다. 그와 더불어, 킥드럼을 이용하여 전에는 불가능했던 박진감을 주기도 했다.  (퍼렐 윌리엄스와 로빈 시크가 마빈 게이의 “Got To Give It Up”의 그루브 인용으로 소송 당했을 때 인정하거나 겪어야 했던 일처럼) 요즘은 옛 노래처럼 들리는 신곡과 신곡처럼 들리는 옛 노래의 경계가 매우 흐릿해졌다. 

마빈 게이Marvin Gaye – Got To Give It Up

그리하여 편집물의 시대가 다시 돌아왔으나, 그것을 만드는 태도는 예전과 달라졌고 편집 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자료의 범위도 변화했다. 여전히 편집물을 만드는 기본적인 이유는 특정한 댄스 플로어에서 어떤 효과를 내기 위해서이지만, 새로이 등장한 편집자들의 대다수는 어느 한 곡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곡을 숭배하는 데 관심이 있어서, 자신만의 감춰진 잠재력이나 주관적으로 진정한 감각을 이끌어냈다. 첫 번째 편집물 유행은 최신 음악을 커스터마이징 하는 데 중점을 두었던 반면, 새로운 편집물 유행은 (예를 들어 플리트우드 맥이나 브루스 스프링스틴 같이) 알려지지 않은 곡이든 대단한 인기곡이든, 우선 곡을 발굴하는 데 중점을 둔다. 그리고 두 번째는, 클럽에서 춤출 의도는 전혀 없이 디제이용으로 음악을 만드는 작업이다(이것의 좋은 예도 역시 브루스 스프링스틴이다).

플리트우드 맥Fleetwood Mac – Dreams 

플리트우드 맥Fleetwood Mac – Dreams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 – Dancing In the Dark

이것은 소리가 디지털 상태에서 유동적인 성격을 띠게 되는 점과 관련이 있다.  템포와 피치가 장애물이 되어, 예전 편집물에서는 가끔 전환되는 부분이 거칠었다. 특히 (댄스 음악에서만이 아니라) 클릭 트랙 사용이 보편화되기 전에 만들어진 음반의 경우, 전환 부분이 빠르고 때로는 거칠었다. 디제이들은 클럽에서 음악을 믹스하려고 해도 해당 음반에 대해 속속들이 알아야 했다. 더불어, 소위 엉망진창인 믹스를 만들지 않고 음악을 믹스하는 트릭을 잘 소화해내려면 숙련된 기술이 필요했다. 디지털 오디오 파일로 작업을 할 경우에는, 예를 들어 예전 소울 곡들처럼, 이런 전환을 몇 분 안에 확실하게 조정할 수 있다. 그저 파동에서 싱글 비트들을 마우스로 잡아 편곡용 그리드의 가장 적절한 위치에 재배치하면 된다. 이런 식으로 발라드가 빠르고 강렬한 곡이 되거나, 스윙 곡이 레게풍으로 변하며, 심지어 필 콜린스의 곡이 쿨한 언더그라운드 디스코 트랙이 되기도 한다. 많은 경우, 실제 곡을 한참 동안 숨겨두었다가 어떤 구절이 나오며 알아 듣는 순간 큰 기쁨을 느끼게 된다. 예를 들어 토토의 ‹아프리카›를 이용한 편집본이 있는데, 첫 소절의 절반이 끝도 없이 반복된다. 모두들 멋진 그루브에 맞추어 춤을 추면서 곡이 익숙하게 들림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그 곡을 알아채지 못하다가, 5분이 지나 코러스가 나오고 나서야 40대 이상의 사람은 모두 노래를 따라 부르기 시작한다.

이런 현상이 요즘의 디스코 편집물이 사회적 차원에 미치는 또 다른 효과로 이어진다. 젊은 층의 음악 청취 습관과 나이든 층의 친숙함에 대한 갈망 모두에 적절히 부합하는 음원 제작 미학을 통해, 원래는 지루하게 들리던 크리스 리의 곡들이 갑자기 여러 세대의 춤꾼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유행곡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프로세싱을 통해 리듬 면에서 타이트해짐으로써, 편집물이 어떤 새로운 작업과도 섞일 수 있게 되어, 서로 다른 시대의 댄스 음악 사이에 매우 흥미진진한 전환과 병치가 가능해지기도 한다. 아주 초기 음악부터(예를 들어 1940년대 무렵 슬림 게일라드의 즉흥연주를 담은 편집물) 오늘 아침 발매된 따끈따끈한 곡까지, 히피 댄스곡부터 하드한 테크노까지, 크로스페이드crossfade 기능으로 매끄럽게 연결할 수 있는 것이다. 

aeg, metaphone

Writer

한스 니스반트Hans Nieswandt는 독일 쾰른 출신 DJ, 음악 프로듀서이자 작가이다. 일렉트로닉Electornic, 테크노Techno, 하우스House, 디스코Disco 음악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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