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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

옴씩 코믹스의 소닉 노스탤지어: 공이 기억하는 소리를 좇아서

Writer: 옴씩 코믹스Omscic Comics
옴씩코믹스 날아다니는 공 일러스트레이션
옴씩코믹스 깨진 모니터 일러스트레이션
옴씩코믹스 날아다니는 공 일러스트레이션
옴씩코믹스 깨진 모니터 일러스트레이션

Be Original

아티스트에게 직접 의뢰한 아트 워크를 소개합니다

‘비오리지널’은 매거진 이슈의 테마에 맞춰 아티스트에게 작업을 의뢰하고 그 과정과 결과물을 살펴보는 섹션이에요. 첫 번째 이슈의 테마는 ‘소닉 노스탤지어Sonic Nostalgia’. 일상을 만화적으로 연출하는 작가인 옴씩코믹스는 ‹공의 기억의 소리의 기억 소리›라는 이름의 이미지를 제작했어요. 공의 움직임에서 순간을 포착한 그는 공과 반짝이는 RGB 색상만으로도 공이 부딪히는 소리를 시간과 공간을 통해 느낄 수 있도록 노력했답니다. 이 멋진 9컷 만화에 담긴 공의 대탐험은 티셔츠로 구현되어 오직 B(A)SHOP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옴씩 코믹스OMSCIC COMICS’의 편집장, 정원교입니다. 옴씩 코믹스는 시공간을 주제로 한 만화 시리즈를 제작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창작 범위를 시공간이란 테마로 닫아두지는 않습니다. COMICS의 철자를 랜덤으로 배치한 단어인 옴씩이란 이름이 저희가 지향하는 바를 잘 설명한다고 생각해요.

‘소닉 노스탤지어Sonic Nostalgia’란 테마에 대한 작업을 의뢰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나 느낌이 바로 떠오르던가요?

소리와 기억이라는 키워드를 처음 제시받을 때는 막연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두 단어 모두 연상시키는 형태가 명확하지 않은 것들이라 개인적인 기억과 그에 얽힌 감정의 클리셰 같은 이미지가 기계적으로 떠올랐답니다.

평소 작업을 시작할 때 주제를 해석하고 영감을 얻는 방법이 궁금해요.

저는 ‘만화가’로서 ‘만화’ 혹은 ‘만화스러운 어떤 것’을 만들고 싶어요. 더불어 ‘옴씩’다운 ‘코믹스’를 지향합니다. 이런 두 가지 조건을 반복하며 해답을 찾기 때문에 주제를 해석하는 태도도 그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영감의 경우, 과거와 현재에 존재하는 수많은 만화에서 얻고 있습니다.

옴씩코믹스 날아다니는 공 일러스트레이션 부분

이번 테마는 어떻게 해석했나요?

기억과 소리에 대한 부유하고 흩어지는 이미지 속에서 방황하다가 무엇인가 또렷한 것을 기준점으로 세워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공’이라는 구체적인 존재를 추가했죠. 기억, 소리 그리고 공, 이렇게 세 개의 단어를 랜덤하게 배치하면서 문장을 가지고 놀던 중에 마치 퍼즐 게임 같은 유동적인 상태가 재미있게 다가왔고, 그 과정을 일시 정지해 제목으로 정했습니다.

아이디어가 명확해져 작업의 콘셉트를 구축한 결정적인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목을 정해보니 ‘공의 기억의 소리의 기억 소리’가 되었어요. 그리고 작업을 시작했는데 무엇인가 지나치게 정지돼있고, 콘셉화의 틀에 갇힌 느낌이 들었어요. 설명이 복잡했지만, 간단히 말하면 그냥 결과물이 재미없어 보이는 거예요! ‘색으로 구분한 선을 중첩해 사건을 동시에 보여주는 것.’ 이미지가 이렇게 또박또박 자신을 말로 설명하고 있는 것 같아 정말 재미가 없었어요. 고심하던 중 ‘GIF 만화’가 머릿속에 떠올랐죠. «비애티튜드» 매거진은 웹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니 지금 만들고 있는 작업을 GIF로 변환시키면 재미있지 않을까? 그래서 6개의 선에 각각 RGB 환경에서 가장 또렷하게 구현가능한 색을 분배하고 껐다 켜기를 반복했더니 너무 재미있어졌답니다.

옴씩코믹스 날아다니는 공 일러스트레이션 부분

평소에 작업을 진행하는 개인적인 방식을 가지고 계신가요?

‘만화가로서 만화 혹은 만화스러운 어떤 것을 만들고, 옴씩다운 코믹스를 추구한다’는 조건을 충족하는 것 외에는 딱히 정해진 방식은 없습니다만 관련된 단어를 떠올린다면 다음과 같습니다. 반복, 중첩, 비선형, 재맥락화, 시스템 및 에러. 반복은 제가 아주 좋아하는 접근법인데요. 무엇인가를 반복하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현상에 집중하면 재미있는 것을 낚을 수(도) 있습니다. 중첩은 이번 작업에서 사용한 것처럼 시공간을 압축해서 볼 수 있게 도와주고요. 비선형은 우리의 경험 혹은 기억의 본질 중 직시하기를 저어하는 영역 같아서 자주 다루는 걸 좋아해요. 재맥락화는 상황을 신선하게 바라볼 수 있게 도와주고, 시스템과 에러는 예상치 못한 전개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선호하는 접근법입니다. 이런 방법들이 서로 역동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작품을 구성해나간다고 봐요.

이번 커미션 작업을 어떻게 발전시켰는지 궁금하네요. 가장 중요한 특징을 뽑아본다면 무엇일까요?

초반에는 중첩 방식을 활용해 동시다발적인 사건을 압축적으로 표현했지만 제가 원했던 만큼 충분히 역동적이지 않아서 결과물에 아쉬움이 생겼죠. 하지만 GIF 만화라는 형식을 정하자 작업 자체도 흥미로워지고, 형식 자체를 재미있게 만들어보자는 도전 의식도 생겼어요. 그런 면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GIF만화라고 할 수 있죠. ‘짤’이라고도 부르는 GIF는 웹에 존재하는 모든 이미지를 흡수해 단순 반복을 계속합니다. 그러니까 ‘만화GIF’ 혹은 만화 같은 GIF’는 따로 형식이라고 얘기할 만한 게 아닌데요. 하지만 GIF 만화 혹은 GIF 카툰으로 형식을 갖춘다면 재미있는 걸 만들어 볼 여지가 많다고 생각해요.

옴씩코믹스 날아다니는 공 일러스트레이션

작품에서 강조하고 싶은 부분이 궁금한데요.

그걸 설명하려나 되려 감상의 초점을 제한할 것 같아 걱정이 드네요. 그래서 대신 제가 결과물에서 느낀 흥미로웠던 점을 말씀드릴까 해요. 바로 제목과 내용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입니다. 애초에 제목 자체의 의미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요. ‘공의 기억의 소리’라는 건 무엇인지, ‘기억 소리’와 ‘공의 기억’이라는 건 또 뭐고 말이죠. 하지만 공이 무엇인가를 기억하고 있는데, 그 기억에서 소리가 나는 상황으로 제목을 파악하고 만화를 보면 무척 재미있는 구석이 있답니다. 이런 의미에 파묻히지 않고 그냥 만화에서 공과 공의 움직임이 만드는 역동성이 제목을 뒤흔든다고 해석하는 것도 재미있어요. 이번 작업을 본 누군가가 시간이 지난 후 제목과 내용을 어떻게 기억할지 궁금합니다.

옴씩코믹스 깨진 모니터 일러스트레이션

커머셜 작업과 개인 작업의 간극을 관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아직 커머셜 작업을 진행해본 적이 없어서 만일 의뢰가 들어오면 아주 재미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웃음)

기존 작업과 이번 «비애티튜드»의 커미션 작업 간에 어떤 차이를 느끼셨나요?

당장은 전술했던 작업 과정 외에 큰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웹 잡지라는 매체, 해당 호의 키워드였던 소리와 기억, 그리고 파생된 굿즈(티셔츠)의 제작 등 외적인 것이 제가 이용하는 인디 만화의 활동 범위와 유사하면서도 다른 활동 형태와 상황을 부여했다고 생각해요. 다음번에도 협업할 기회가 있다면 디자이너 혹은 다른 맥락을 가진 작업자와 적극적으로 얽혀서 작업해보고 싶다는 소망을 가져봅니다.

창작자로서 평소 가지고 있는 관점과 태도가 궁금합니다.

사람들이 ‘자아’나 ‘시공간’을 대하는 태도가 지금보다 유연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의 세계는 아마 앞서 말한 두 가지에 유연해지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을 만큼 역동적인 변화를 강요할 거예요.

앞으로의 계획을 간단히 알려주세요.

지금은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만화만 출판하고 있지만, 앞으로 만화 잡지를 출간하거나 다른 만화가의 책을 출판하는 등 활동의 외연을 넓히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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