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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작고 구체적인 것들을 통해 조금씩 다가가기

Writer: 전현선
전현선, JeonHyeonseon, 그림, 회화, 드로잉, art, drawing, 아트스펙트럼2022, 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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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전현선 작가가 세상에 다가가는 방식을 보면 그는 무척 사려 깊은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우리가 보통 너무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로부터 잠시 멈춰서서 차근차근 알아가는 걸 선호하기 때문이에요. 이런 태도에는 분명히 이 세상과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담겨 있고 이건 곧 ‘관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린 저마다의 방식대로 세상을 살아가며 여기엔 옳고 그름은 없지만, 전현선 작가의 말에 귀를 기울여보면 관계 맺기에 대한 새로운 생각이 떠오를지도 몰라요. 더 자세한 내용은 아티클에서 한번 확인해보세요.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저를 소개하는 일은 항상 어렵지만, 한 가지로 얘기를 해보면 ‘귀납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떤 분명한 사실이라도 그것에 확신을 가지고 행동하기보다는 매 상황에서 생기는 예외적인 요소에 중점을 두고 있거든요. 구체적인 사례를 수집해서 어렴풋이 큰 전제에 다가가기도 하고, 너무 크고 분명한 것은 두려워해요. 작업을 할 때도 전체적인 것을 우선순위에 두기보다는 작고 구체적인 것을 모아 전체를 상상하는 일을 좋아한답니다.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어렸을 때부터 그림을 그리는 건 제게 너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었어요.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는 것보다 그림 그리는 일이 훨씬 편하고 좋았어요. 그래서 페인터가 되겠다고 마음을 먹은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그림을 그리기 위한 조건들을 계속 선택해왔던 것 같아요.

전현선, JeonHyeonseon, 그림, 회화, 드로잉, art, drawing, 아트스펙트럼2022, 리움

영감을 얻고 콘셉트를 정하고 이를 다듬어 완성하는 작가님의 창작 과정이 궁금해요.

하나의 작업이 다음 작업으로, 그다음 작업으로 이어지면서 분절되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려고 노력해요. 그래서 창작 단계가 분명하게 드러나기보다는 계속 이어지는 흐름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기를 바랍니다. 일상의 경험이 시각적인 자극과 연결되어 떠오를 때, 그런 순간을 메모해두고 캔버스에 옮기곤 하는데요. 주로 도형과 같은 추상적인 형태를 활용해 화면을 구성하면서 그 형태가 전달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염두에 두고 에스키스를 진행해요. 철저한 계획 대신 엉성한 방향만 정해두고 캔버스에 직접 그리면서 살을 붙여 나갑니다.

요즈음의 작업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인가요?

물리적인 지점, 동시에 추상적인 개념으로서의 ‘중간’에 대해 생각하며 작업에 몰두하고 있어요. 서로 다른 곳에 사는 사람이 중간지점을 잡고 만나는 과정이나, 너무도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사는 두 사람이 서로의 입장과 관점을 상상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회화적인 제스처로 담으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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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작업에서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한 부분이 있을까요?

지금 리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기획전 «아트스펙트럼 2022»에 내놓은 작업이 가장 최근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회화가 건축적인 스케일로 확장되어 공간 안에 놓이는 작업을 만들었어요. 바닥에서부터 천장까지 높이를 가득 채우는 대형 회화가 전시장 내에 그림 벽을 이루며 서 있습니다. 흰 벽에 한 점씩 걸려서 안정적인 몰입을 유도하는 전통적인 회화의 감상방식에서 벗어나고 싶었어요. 그래서 크기를 키우고 전시장의 공간감을 생각하며 그린 작업을 마치 기둥을 세우듯 설치했죠. 제 작업이 서로를 반영하며 밀고 당기듯이 공간에서 관계를 맺는 점은 만족스러웠어요. 하지만 제가 그린 이미지의 크기와 실제 체감하는 느낌이 예상과 다른 부분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점으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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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자로서 어려움을 겪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이를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아무래도 작업이 막히는 것만큼 창작자로서 괴로운 순간은 없을 것 같아요. 작업이 막히는 순간은 다양한데요. 말 그대로 무엇을 그려야 할지 막막하거나, 습관적으로 그리거나, 제 것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거나, 제가 생각한 것만큼 결과물이 나오지 않거나, 감각이 무뎌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까지 수없이 많아요. 그럴 때마다 괴로움을 극복하는 명확한 방법은 아직도 잘 모르지만, 기준을 잠깐 낮추거나, 리셋 버튼을 누른다고 상상하거나, 제게 가장 쉽고 편안한 것 ─ 나무나 열매를 그리거나 커다란 색면을 칠하는 행위 ─ 에서 다시 시작해보곤 합니다.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 포기한 게 혹시 있으신가요?

저에겐 작업과 행복이 중요한데요. 그것을 위해 포기한 것은 없지 않나 싶어요. 만약 작업을 위해 무언가 중요한 걸 포기했다면, 작업을 대하는 마음이 편치 않고 작업에 많은 대가를 기대하게 되었을 거예요.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오는 8월 출산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건 제가 지금까지 경험했던 일 중에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이 되겠죠. 하지만 항상 궁금하고 경험해보고 싶은 일이었습니다. 아이가 제게 왔을 때 제가 변하고 제 작업이 변하는 과정을 스스로 관찰해보려고 해요. 온전히 제 것이었던 삶의 중심이 아이에게 옮겨갔을 때 육아와 작업의 김장감을 조절하는 일이 제게 곧 닥칠 현실적인 문제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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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만의 독특한 생활방식이나 태도가 있다면 소개해주시겠어요?

사실 작업이 제 삶의 중심을 커다랗게 차지하고 있어서 이외의 다른 방식이나 태도를 취할 수 있는 여유가 많이 없는 것 같아요. 환경을 보호하는 삶의 방식이나 채식주의에 당연히 관심이 많은데요. 온전히 일상에서 실천하지 못하고 중간자로 남게 되어서 항상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요.

창작자로 활동하면서 얻은 삶의 지혜가 궁금해요.

삶의 지혜인지는 모르겠지만, 주류의 생각에서 멀찍이 떨어져서 저만의 주관을 가질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주관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점이 창작자로서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생각해요.

작가님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작업 자체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만약 작업이 수단이나 목적으로 변하는 순간, 작업은 지루해지고 작가는 멋이 없어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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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삶의 태도와 가치는 작업에 어떻게 묻어나나요?

페인팅은 그리는 사람이 솔직하게 드러나는 매체에요. 저 또한 제 생각이 더욱더 그대로 담기길 원합니다. 어떤 의견이나 신념을 의도적으로 표현하기보다, 그림을 계획하는 방향이나 그리는 순간순간 선택해 나가는 방식 자체가 제 생각과 일대일로 대응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저는 항상 상대적인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요. 어떤 대상 자체는 동일한데, 그것이 놓이는 위치나 그것을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서 전혀 다른 것이 되는 상황에 흥미를 느껴요.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이처럼 상대적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양하고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창작자에게 ‘버티는 노하우’를 공유해주세요.

작업을 계속해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저에게도 앞으로 계속 중요한 문제일 텐데요. 자신만의 시간을 운용하는 방식을 터득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작업과 일상, 작업과 일 사이의 균형 등 말이죠. 그리고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 경제적인 조건을 유지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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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작업을 하는 개인적인 입장에서 이상적인 미래는 좋은 작업실과 안정된 집을 갖는 거예요. 그리고 그림 그리는 일을 매 순간 새롭게 느끼고 아직 해보지 않은 일에 계속 호기심을 갖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지구에 사는 한 인간으로서 그리는 이상적인 미래는 환경 문제가 아름답게 해결되고, 인간과 동물을 비롯한 모든 생명이 소중하게 대우받는 날이 오는 것입니다.

Artist

전현선은 서울에 거주하며 캔버스 안과 밖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하는 페인터다. 페인팅 작업을 통해 다양한 전시를 만들어 나가고 때때로 책을 만들기도 한다. 최근 7년간의 작업을 묶은 『모든 것과 아무것도』(2022, 헤적프레스)을 출간했다. 개인전으로는 «열매와 모서리»(2020, 갤러리2)와 «나란히 걷는 낮과 밤»(2018, 대안공간 루프)을 열었고, «아트 스펙트럼 2022»(2022, 리움미술관), «댄싱 캐스퍼»(2021, 사가), «제20회 송은미술대상전»(2020, 송은아트스페이스) 외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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