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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끊임없이 변화하는 옷에 대한 독특한 상상

Writer: 김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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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김한솔 작가는 ‘옷’이라는 주제를 바탕으로 작업을 진행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옷의 변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옷은 역사적, 문화적, 경제적, 사회적 상황에 따라 그 형태와 특성을 바꾸며 인간과 공존해왔기에, 옷을 비롯해 우리를 감싸는 모든 것에 대한 의미를 반추하고 재정립하고 싶다고 해요. 이런 생각은 옷을 통해 공간을 측정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발한 상상으로 이어져요. 김한솔 작가와 옷에 대한 더욱 자세한 이야기는 아티클에서 확인해보세요!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안녕하세요. 저는 네덜란드와 한국을 왔다 갔다 하며 활동하는 김한솔입니다. 곧 영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할 예정이에요. 옷에 관한 다양한 리서치를 진행하는 리서처이자, 이를 밑바탕 삼아 조각 및 설치 작업으로 구현하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특별한 계기는 따로 없는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제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고 이를 최대한 쫓다 보니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작가로 활동하면서 매번 좋아하는 것과 관심사가 조금씩 변하는 걸 작업으로 표현하기도 해요.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주시겠어요?

제가 최근 한국으로 돌아와서 현재로서는 작업실이 따로 없어요. 오는 9월 말 영국 런던으로 갈 예정이라 네덜란드에 있는 작업실을 정리했거든요. 그래서 네덜란드에서 제작한 거의 모든 작업은 한국에 보관하고 있어요. 옛 네덜란드 시절의 작업실에 관해 설명해 드리자면, 공업용 미싱과 다양한 작업이 가능한 넓은 책상, 제가 리서치한 자료, 소재 및 형태를 실험한 매터리얼 라이브러리 등이 벽에 자유롭게 걸려있습니다. 리서치는 집에서 주로 진행했고, 작업실은 작업을 구체화하거나 실제 제작단계에서 사용했어요. 때때로 아이디어가 생각나지 않을 때면 작업실에서 무작정 이것저것 실험하며 아이디어를 떠올리거나 여러 가지 말도 안 되는 것을 만들어보곤 했답니다.

‹tiles to mat›, 2021, Floor mat, plastic button, paper, upholstery foam, 41.5 x 390 cm
‘Like a cloth to a frame’(프레임을 보면 달려드는 옷감처럼) 시리즈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저는 오래된 책을 읽으며 영감을 얻는 편이에요. 길을 걷다 접하는 자연물에서도 얻고요. 아니면 이해가 가지 않는 인공물 및 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풍경과 태도가 너무 당연시되어 제가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웃음이 나오는 것, 그런 사람들 또는 저의 행동양식이나 그들의 습관에서 영감을 얻기도 합니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작업을 시작할 때 항상 제가 감당하기 힘든 만큼 관련 자료를 수집합니다. 다른 아티스트의 인터뷰 발췌본일 수도 있고, 식물도감 속 일러스트레이션, 공사장의 스카폴딩 또는 제가 쓴 글일 수도 있죠. 그렇게 모으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떤 특정한 주제의 이야깃거리가 저의 사고 체계와 엮이게 되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말로는 표현하기 힘들지만 연쇄 작용으로 사고의 고리를 이어 나갑니다. 서로의 공통점 및 차이점에 따라 존재하지 않던 이야기가 생기고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이런 흐름에 맞춰 작업을 해나가는 편이에요.

‹TrenchPufferOvercoatBoard›, 2020, Leather, Iron board, wax-coated thread, toy stuffing, piping cord, bias tape, zipper, bag hardware, cork fabric, massage cushion, 50 x 151.5 x 96 cm
‘Like a cloth to a frame’(프레임을 보면 달려드는 옷감처럼) 시리즈

작가님의 최근 작업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주시겠어요?

최근 작업을 꼽아보자면 스위스 취리히에서 전시했던 ‹Like a cloth to a frame›이라는 이름의 작업군이에요. ‘프레임을 보며 달려드는 옷감처럼’이란 제목은 ‘불꽃을 보면 달려드는 나방처럼(Like a moth to a flame)’이란 문구에서 차용했죠. 나방은 불꽃에 달려들 때 목숨을 연명하지 못할 줄 알면서도 불길에 뛰어들어요. 불꽃은 나방에게 거부할 수 없는 매력, 즉 ‘Guilty pleasure’가 되는 셈인데요. 이런 현상을 주제로 공간에 옷이라는 가변적인 천의 형태가 유영하면서 형태와 아이덴티티를 바꾸는 기회를 감수하며 기생가능한 매력적인 프레임에 달려들어 생명을 연명하는 상상 아래 작업을 진행했어요. 또한 옷이라는 하나의 객체가 공간을 구분, 정립하고 측량하는 도구 역할을 맡는 걸 리서치하며 공간을 다른 형태로 입는 하나의 대안적 객체로 인식한 결과이기도 해요. 옷의 특성 및 변형된 형태를 투영해 고유의 개념을 해체하고 흩트려놓고 새롭게 뒤틀린 가치를 찾는 실험이었죠.

‹MobileShortJacketShield›, 2020, Leather, wooden mat, chair frame, piping cord, wax-coated thread, wheels, leather lace, cork fabric, snap button, 70 x 64.5 x 89 cm
‘Like a cloth to a frame’(프레임을 보면 달려드는 옷감처럼) 시리즈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제 작업 대부분은 옷의 변화와 관련합니다. 옷은 사람뿐 아니라 모든 생물 및 무생물을 감싸는 한없이 얇고 유기적인 제2의 막(membrane)이 되기도 하고, 자신을 신체적, 정신적으로 보호하는 단단하고 견고한 방패가 되기도 해요. 역사적, 문화적, 경제적, 사회적 상황에 따라 그 형태와 특성을 바꾸며 인간과 공존해왔죠. 저는 이런 과정에 중점을 두고 옷을 비롯해 우리를 감싸는 모든 것에 대한 의미를 반추하고 재정립하고 싶어요.

최근 진행한 작업에서 작가님이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저는 주로 한 뿌리에서 파생한 주제로 작업해요. 그래서 새로운 작업을 통해 더욱더 축적하고 연마해 좀 더 견고한 기준으로 작업이란 결과물을 표현하고 이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 만족스럽습니다. 동시에 그런 부분을 잘 표현하지 못하거나 관람객에게 전달하지 못할 때 많이 고민하게 돼요.

평소 작가님이 일상을 보내는 방식에 대해서 여쭤봐도 될까요?

일상생활은 작가라는 직업 덕분에 자유로운 편이에요. 제가 어떻게 하루를 조율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죠. 평소 네덜란드에서는 아침에 밀렸던 이메일 답장과 한국에 있는 분들과 연락을 하고, 오후에 작업실에서 작업을 많이 했어요. 가끔 친구들의 전시 오프닝이나 좋아하는 전시는 시간을 내어 보러 다니는 편이에요. 네덜란드는 날씨가 어둡고 비가 올 때가 잦아요. 그래서 날씨 좋은 때에는 밖에 나가서 뭐라도 한답니다.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요즘은 한국에 잠시 머무는 중이라 한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현상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특히 미술과 패션의 트렌드를 바라보는 한국인의 관점을 흥미롭게 본답니다. 제 기준으로는 아직 미술관이나 패션의 개념이 유럽과 한국에서 전혀 다른 성격을 띠고 다른 역할을 하는 것 같아 아쉬운데요. 각 나라의 고유한 문화현상이라고 생각하며 그 이유를 찾아보고 있어요. 그 외에 새나 해상동물에 대해 부쩍 관심이 높아져서 작업으로나 외적으로나 계속 관심을 두고 리서치 중이에요.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가님의 작업에서 어떻게 묻어나나요?

저는 저의 작업이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다고 생각해요. 과장해서 말하자면 제 작업은 그 시대의 저를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랍니다. 당시 제가 관심을 가지던 주제, 색감, 형태 또는 처한 상황 등이 직간접적으로 작업에 비밀스러운 시각 언어로 내포되어 있다고 믿어요.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슬럼프일 때는 지금 상황이 최악이라 더 이상 내려갈 곳에 없다고 생각하면서 매일 꾸준히 하던 일을 아무렇지 않게 계속 진행하면서 극복하는 것 같아요. 꾸준히 근교의 도시들을 돌아다니고 전시도 보고 쇼핑도 하고요.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언제나 그렇듯, 경제적 독립이 아닐까 합니다.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두 가지 상충하는 가치를 잘 아우르며 작업할 때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아요. 특별한 기준, 예를 들어 리서치나 작업을 표현하는 재료와 형태에는 굉장히 엄격한 편이에요. 하지만 그 외의 것에는 굉장히 유동적으로 적용해나가자는 주의랍니다. 또한 애초부터 모든 사람이 작업을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인정하면서 제가 표현하고 싶은 사고방식이나 옷에 관한 집착적인 태도를 작업에 반영하는 편인데요. A가 B를 만나 C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방식을 따르다 보면 그 이후 A와 V는 온전히 잊히는 과정의 연속이라고 생각해요. A와 B를 끝까지 찾으려고 노력하는 분도 계시지만요. (웃음) 실제 이런 복잡한 방식으로 널뛰는 제 사고 체계를 따라 작업하는 걸 선호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작업을 이해하기 힘들어할 때도 있어요. 그렇지만 저만의 방식을 꾸준히 축적하며 좀 더 견고히 쌓을 수 있도록 노력해요.

작가님은 사람들에게 어떤 창작자로 기억되고 싶나요?

저는 사람들이 가볍게 보는 것을 조금은 다른 태도로 좀 과하다 싶은 정도로 진지하게 접근, 연구하고 이를 덧없이 가볍게 표현하는 일에 관심이 있어요. 다른 사람에게는 한 가지 주제로 깊이 있게 연구하고, 기괴하고 요상한 방법으로 시각화시키는, 때로는 친절하지만 난해한 작가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제 작업이 더욱더 고유한 아이덴티티를 가지는 것, 그리고 리서치 주제가 확실한 작가가 되는 것이요. 더불어 조용하면서도 시끌벅적하게 사는 게 이상적인 미래 모습입니다.

Artist

김한솔은 서울에서 태어나 현재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서울, 그리고 영국 런던을 거점으로 거주하며 활동하는 작가다. 옷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과 집착을 바탕으로 그는 작품의 주 매개체이자 방아쇠로 작용하는 의복이 사회, 정치, 문화적 관점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며 어떤 형태적 가능성을 지니는지 연구한다. «Like a cloth to a frame»(2022, sothu, 취리히), «Anatomies in Limbo»(2020, Het Nieuwe Instituut, 로테르담) 등의 개인전을 열었고, «패션전시»(2022, MMCA 창동레지던시), «Triple Rings»(2021, 문화역서울284) 외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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