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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적인 시선으로 가구 만들기

Writer: 다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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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다주로가 만든 가구를 보면 뭔가 독특한 인상을 받곤 해요. 우리가 일상에서 테이블과 수납장인데 묘하게 작은 건축물 같은 느낌이 난달까요. 켜켜이 아래부터 위로 쌓아가는 가구는 건축적이라는 표현이 참 잘 어울리는데요. 어쩌다가 이런 조형을 구현하게 됐을까요.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아티클에서 한번 확인해보세요.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다주로는 노우영, 이준형, 정담우가 만든 디자인 스튜디오입니다. 세 명 모두 건축을 전공했는데요. 좀 더 자유로운 작업을 하고 싶어서 무작정 스튜디오를 차리게 되었어요. 지극히 개인적인 기억을 바탕으로 다양한 내러티브의 가구, 오브제, 공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스투파› 시리즈에 대해 소개해주시겠어요?

‘스투파stupa’는 불교에서 탑을 뜻하는데요. 다주로의 첫 작업인 ‘스투파 테이블’의 형태와 용도에서 따왔어요. 스투파 테이블을 만들고 보니 형태와 재료가 엮여 신비롭고 묘한 분위기를 내더라고요. 이를 토대로 세계관을 확장해 연작으로 만든 가구 9점이 스투파 시리즈입니다. 출발점이 되었던 스투파 테이블이 그렇듯, 모두 동양적인 모티브, 나무와 철이라는 재료, 변형가능한 모습의 특징을 공유하고 있어요. 이름은 여러 언어에서 가져왔는데요. 특정한 하나의 양식에 갇힌 것처럼 보이지 않고 싶었어요. 실제 조형적으로도 여러 가지 양식을 혼합해서, 분명 본 것 같지만 본 적이 없는 형태를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스투파› 시리즈는 담기에 대한 고민을 담은 작업이라고 들었어요. 굉장히 철학적으로 들리는데요.

스투파 테이블의 콘셉트는 ‘반쯤 열린 관’이었어요. 여행지에서 가져온 티켓, 오래된 액세서리, 더 이상 쓰지 않는 이어폰처럼 수납장에도, 쓰레기통에도 마땅치 않은 물건이 집에 너무 많은 느낌이 들었죠. 그렇게 살지도, 죽지도 않은 물건을 담을 수 있는 곳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작업을 시작했어요. 담을 수는 있지만 꺼낼 수는 없는 우체통의 수납 방식을 적용한 것도 이 때문이에요. 가구의 태생 자체가 ‘무엇을 어떻게 담을까’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다른 가구를 만들 때도 같은 고민을 가지고 작업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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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를 구성하는 가구들이 궁금해요. 특히 기억에 남는 가구가 있을까요?

스투파 테이블은 물건을 좁은 틈으로 넣고 가득 차면 봉인하는 사이드 테이블이에요. ‘티안’과 ‘투’는 높이 조절이 가능한 스툴이고, 각기 다른 곳을 비추는 조명인 ‘호롱’, ‘초롱’, ‘토오로오’가 있습니다. 그 외에 벤치로는 ‘사이센’, 캐비닛으로는 ‘장롱’, 테이블 겸 수납장으로 ‘바간’을 작업했어요. 개인적으로 장롱의 디자인을 가장 좋아하는데요. 닫혀있을 때는 차분한 외관이지만, 문을 모두 열면 무시무시한 문양이 나오는 캐비닛이에요. 아직 가상으로 존재하는 가구인데, 기회가 되면 가장 먼저 만들고 싶어요.

현재 다양한 작업을 하고 계신데, ‹스투파› 시리즈가 지닌 의미가 궁금해요.

‹스투파› 시리즈는 다주로만이 가진 전통 양식 같은 가구예요. 여러 작업을 하면서 ‹스투파› 시리즈가 지닌 형태에 다양한 이야기가 붙기도 하고, 반대로 그 형태가 다양한 이야기를 해주는 것 같아요. 실질적으로 저희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다양한 작업에 대한 기회를 준 고마운 시리즈이기도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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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파› 시리즈가 사람들에게 어떤 존재가 되길 바라시나요?

사람들의 기억에 자연스레 자리 잡으면 좋겠어요. ‘어느 나라에서 본 적 있는 것 같아’, ‘어느 사원이 떠오르는 것 같아’ 등의 감정이 든다면 어떨까요. 다양한 사람의 기억과 자연스럽게 섞이며 스투파 시리즈의 형태가 마치 전통 양식처럼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다주로만의 삶의 태도와 가치는 작업에 어떻게 묻어나나요?

평소에 보고 좋아하던 취향이나 요소가 작업에 조금씩 묻어나오는 것 같아요. 특히 세 명 모두 건축을 전공한 탓인지, 전체적인 조형이나 구성 방식이 건축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 편이에요. 다들 오타쿠 기질이 있어서 뭔가 하나에 꽂히면 끝까지 가보려는 점도 저희의 작업 결과물에 많은 영향을 준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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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파› 시리즈를 진행하면서 어려웠던 순간을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스튜디오 오픈 초반에 ‹스투파› 시리즈의 디자인을 막상 하고 나니 생각보다 작업물이 늘어나 제작비가 턱없이 부족해졌어요. 궁리 끝에 CG로 먼저 작업하고 실제로 만들 기회를 얻어보자는 게 시리즈의 시작이 되었죠. 그 이미지 덕분에 실제로 구현할 기회도 얻었어요. CG로만 남은 가구들도 아직 있지만요. 그런데 제작비 부족이 가장 큰 역경인 줄 알았는데, 막상 실물로 만드는 과정을 맞닥뜨리니 모든 게 너무 어려웠어요. 가구에 대해 아는 것도 거의 없고, 재료나 디테일을 다루는 것 역시 모두 쉽지 않았지만, 무조건 이미 만든 이미지와 똑같이 만들어야 했죠. 그래서 직접 부딪히면서 이것저것 별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하고 작업하며 배워갔습니다. 처음 가구를 완성하고 전시 기간 동안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돼서 매일 기도하고 잠들곤 했는데, 다행히 1년이 넘은 지금도 튼튼하게 있습니다. (웃음)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스투파› 시리즈를 넘어 다른 세계관을 가진 가구 시리즈를 계속 만들 예정입니다. 스케일에 구애받지 않고 작은 오브제부터 공간까지 다양한 범위의 작업을 이어 나가고 싶어요. 단기적으로는 작더라도 저희에게 응하는 분들이 충분히 살 수 있는 물건을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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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창작자에게 버티는 노하우를 공유해주세요.

무언가를 만들었을 때 사람들이 보이는 좋은 반응이 계속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도록 돕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대중에게 멋진 작업물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저희가 꾸준히 작업하고 버티는 힘을 주는 것 같습니다. 또한 작업에 대한 흥미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빠르게 피드백하는 것도 중요해 보여요. 프로젝트가 잘 풀리지 않아 힘이 빠지게 되는 상황이 가끔 있어요. 아무리 오래 만져보고 작업해도 어중간한 결과물이 나올 때죠. 그럴 때면 왜 이런 결과물이 나왔는지, 무엇을 하고 싶었는지 다시 처음부터 되짚어봅니다. 그러면 무엇을 포기해야 하고, 무엇을 더 고민해야 하는지 좀 더 명확해지고, 만족할 만한 결과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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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st

다주로는 노우영, 이준형, 정담우가 2020년 설립한 디자인 스튜디오다. 개인적인 기억을 재구성한 내러티브를 바탕으로 가구, 오브제, 공간 작업을 하고 있다. 2021년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현장 프로젝트에 가구 디자인으로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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