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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ual Portfolio

골판지와 시멘트의 혼합 속에서 탄생한 작품

Writer: 전치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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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의 흥미로운 작업을 파고듭니다

전치호 작가의 작업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역시 작품 재료입니다. 물에 젖으면 흐물흐물 쉽게 찢어지기도 하는 골판지가 정반대의 성질을 가진 시멘트와 혼합될 때 새로운 가능성이 탄생하여 본래의 재료는 한계를 넘어섭니다. 그 결과 한 가지 재료에서는 도저히 추출할 수 없었던 색다른 이미지를 만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상이한 재료의 조합으로 경계를 허무는 전치호 작가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아티클에서 확인해보세요!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를 부탁드릴게요. 작가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저는 가구 디자인을 전공하고 ‘컬렉터블 디자인Collectible design’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전치호입니다. 일상에서 영감받은 독창적인 시각을 메시지, 조형, 재료로 표현하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나무, 돌, 철, 골판지, 시멘트 등 다양한 물성의 재료를 연구하며, 물성과 조형에 새로운 시각과 개념을 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창작자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학교에 다닐 때부터 작가 밑에서 어시스턴트 일을 했어요. 좋은 동료와 함께 작업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창작자로 활동하게 되었죠. 그리고 작업을 시작했을 때 운이 좋게도 해외 갤러리와 다양한 해외 매거진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큰 용기가 나갔어요.

작가님의 작업 공간이 궁금해요. 편하게 소개해주시겠어요?

최근에 용인 쪽으로 주거 공간을 옮기면서 수원에 작업실을 구하게 되었는데요. 작업 공간과 사무 공간으로 나뉘어요. 작업실에는 테이블톱, 각도 절단기 등 기계와 수공구가 자리하고 있답니다.

작가님은 영감을 주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일상에서 경험하는 것에서 주로 얻어요. 작업의 주제는 일상에서 얻은 경험을 저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더욱더 많은 경험을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일상에서 지나치는 행동, 생각의 포인트를 뒤틀어 생각할 때 메모를 남기며 나중에 어떤 프로세스로 접근할지 고민해요. 작업 테크닉을 직접 배우러 다니다가 많은 영감을 받기도 해요. 작가와 대화를 나누고 함께 작업하며, 그들이 자기 작업에 테크닉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는지 면밀히 관찰하는 게 많은 영향을 끼쳐요. 예를 들면, 평창올림픽 눈조각을 한 경험이 있는데요. 눈조각이 5m x 5m x 5m 크기다 보니 사이즈에 대한 개념을 확장하기도 했고, GRC를 처음 경험했을 때도 크기에 대한 개념의 확장과 시멘트를 소조 형식으로 조각하는 테크닉을 경험했죠. 다양한 작업 경험은 제 작업 방향성을 확장하는 능력을 갖추게 해줘요.

말로 설명하기 어렵겠지만, 작가님은 작업하실 때 어떤 창작 과정을 거치시나요?

작업을 통해 보는 사람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하는지 여부를 중시하기 때문에 영감이 떠오를 때면 어떤 주제를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하는데요. 제가 전달하고 싶은 의미에 맞는 형태, 재료, 색감을 선택하고, 스케치와 3D 모델링 및 1:1 모델링을 거쳐 제작에 들어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어요.

‹Criteria› 시리즈, 2021

작가님의 최근 작업들이 궁금합니다. 몇 가지 작품을 예로 들어 소개해주시겠어요?

‹Criteria›는 사회적 인식의 ‘경계’를 재구성하는 의미를 지닌 작업이에요. 골판지는 누군가에게 자신을 보호해주는 최소한의 보호막이자 집(쉘터)으로 기능하죠. 종이라는 연약한 재료로 만든 골판지가 사용자의 쓰임과 필요에 따라 그 개념이 달라지는 부분에 주목했어요. 이를 통해 사회가 규정짓고 구분하는 광범위한 의미의 ‘경계’와 ‘집단’에 대한 이야기를 작품에 담고 싶었죠. 그래서 집을 짓는 재료로 사용하는 시멘트와 대척점에 있는 골판지를 작품 재료로 사용하며 재료가 본래 가진 경계를 허물고, 제 관점에서 재해석해 전혀 다른 쓰임을 가진 조형물로 보여줍니다. 연약한 골판지와 강한 시멘트가 하나의 몸을 구성하는 작품은 골판지의 구김성과 시멘트의 강도를 혼합하며 한 가지 재료에서 가질 수 없는 새로운 이미지를 형성합니다. 작품의 텍스처는 중심과 가장자리, 안과 밖의 경계를 구분하는 게 아니라 서로 넘나드는 유기적 선(Line)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선은 선 이외의 것으로부터 고립되는 것 같지만 때로는 자신이 중심이 되어 좌우상하, 안과 밖의 기준을 정하며 오히려 어떤 상황의 중심이 되기도 합니다. 절대와 객관의 권위에 항거하는 경계성은 선이라는 물질적 이미지를 생산하고, 그 경계는 선의 역할에 따라 중심일 수도 혹은 변방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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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eria› 시리즈, 2019

최근 작가님이 작업을 통해 가장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무엇이었나요?

작업에서 중요한 것은 제 생각과 관객에게 던지는 질문입니다. 작품을 이미지로 소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메시지로 소비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작품을 보는 사람과 어떻게 소통할지 더욱 고민하며 작업을 해요. 제 작품에서 선이 의미하는 것은 ‘기준’, ‘경계’입니다. 자신은 어떤 기준에 맞춰 살고 있으며 그 기준이 옳은지 끊임없이 통찰하는 자세로 살아야 한다는 점을 전하고 싶어요.

최근 진행한 작업에서 작가님이 만족하는 부분과 불만족하는 부분이 궁금합니다.

대표 작업인 ‹Criteria›의 퀄리티가 원하는 만큼 꾸준히 나온다는 게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이에요. 시멘트가 골판지의 골 사이에 들어가서 양생되면 매우 잘 깨질 수 있지만 특수한 방법으로 시멘트를 골판지 골에 잘 붙어있을 수 있게 방법을 고안했고, 그 방법이 아직 안정적이라 매우 만족스러운데요. 색감 표현이 시멘트 때문에 한정적이라 색 표현을 어떻게 하면 안전하고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요즘 작가님이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은 무엇인가요?

전통에 관심이 많아요. 한국적이라는 단어가 아름답게 들리기 시작했을 때부터인 것 같아요. 다양한 ‘한국적’ 또는 ‘전통’에 관한 작업이 많지만, 전통을 해석하는 방식, 그리고 어떻게 제가 컨템포러리에 맞춰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어요.

작가님이 삶을 대하는 태도는 작가님의 작업에서 어떻게 묻어나나요?

스스로에 대한 반성과 성찰이 작업에 묻어나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경계를 갖고 있어요, 어떤 경계(기준)에 있느냐에 따라 옆에 있는 사람과 다른 집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경계를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따라 인격체의 성장이 이루어지는데, 작품을 통해서 저만의 성찰이 아니라, 제 작품을 접하는 관객 또는 소비자에게 자신의 경계, 중심을 어떻게 만들어 나갈 것인지 질문을 던지고 싶어요.

혹 슬럼프가 올 때는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슬럼프가 있을 때는 종종 여행을 가서 새로운 자극을 받으려고 합니다. 평소에 보지 못했던 것을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각나고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해소되어 다음 작업을 할 때 더욱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최근 들어 작가님에게 찾아온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무엇인가요?

대부분의 작가가 고민하는 부분은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재료의 가격 인상 이슈가 제일 타격이 큽니다. 합판, 철 등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며 많이 고민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작업적으로는 골판지를 구기는 작업 방식이기 때문에 제가 스케치한 작업을 시각화할 때 어떻게 더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지 고민 중이에요. 작업의 효율성은 체력과 정신에 영향을 많이 주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방안을 찾고 있어요.

작가님이 중시하는 창작자의 태도와 철학을 알려주시겠어요?

미디어 과부하 시대에서 어떤 매체와 형식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할지 생각하며 작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내 작품을 소비하는 사람과 어떤 메시지를 공유할 것인가?’, ‘작품을 통해 세상에 어떤 의미를 남길 것인가?’ 등을 꾸준히 고민하며 작업합니다. 또한 창작자는 수용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작업을 하다 보면 영감의 소재와 작업 테크닉이 소진할 때가 있어요. 어떤 것을 받아들이는 자세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다 보면 수용했던 것들이 작업할 때 도움이 될 때가 많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려는 다른 창작자에게 건네고 싶은 노하우나 팁을 공유해주시겠어요?

좋아하는 것을 지속하기 위해 따로 노력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작업을 할 때는 열렬히 사랑하고, 작업을 마친 후에 그 작업을 증오하는 저의 태도 때문일까요. (웃음) 작업을 마친 후 저의 작업을 증오하는 감정이 작업을 지속하도록 돕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다음 작업은 더욱 완벽하게 만들겠다는 생각 때문에 작업에 더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요.

현재 작가님이 품고 있는 이상적인 미래는 어떤 모습인가요?

컨템포러리를 독창적인 시각으로 표현하는 작업을 꾸준히 하며 발전하는 작가가 되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미래입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꾸준하게 작업을 하는 건 작업을 잘 만드는 것보다 더 힘들죠. 그래서 계속 노력하고 다양한 작업을 시도한 작가로 기억되면 좋겠습니다.

Artist

전치호는 용인에 거주하며 다양한 물성의 연구를 바탕으로, 가구, 평면, 오브제 등 다양한 형태로 자신의 시각을 전달하는 아티스트다. «문제적 공예»(아트비트 갤러리), «Rack Focus:blurry but clear»(ADM 갤러리), «Unparasite»(Platform L), «Fit your place»(민트 갤러리) 외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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