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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잃어버린 잠을 찾아서: 문화역서울284

Writer: 박도현
, Photographer: 박도현

근면과 헌신이 지배하는 사회는 잠을 잃어버린 시간으로 간주한다. 더 많은 일과 더 많은 학습을 위해 잠 줄이기를 끊임없이 권유하지 않던가. 하지만 매일 잠들고 깨어나는 사람에서 잠은 일상적이고 생산적인 행위다. 옛 서울역을 문화 공간으로 바꾼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리는 «나의 잠»은 삶의 여백이 아니라 그 중심에서 잠을 바라보는 작가 19팀의 작품 70여 점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작품들은 하루 동안의 시간대를 기준 삼아 총 일곱 가지 흐름으로 나뉜다. 하지만 이는 전시 공간에서 차례대로 구현되지 않는다. 마치 규칙화하기 힘든 잠의 단계처럼 공간 곳곳에 무질서하게 흩어져 있다. 거대한 흐름과 작품의 상관관계는 오직 리플렛에 표시한 컬러 코드를 통해 구별할 뿐이다. 그만큼 작품을 바라보는 재미는 다양해진다. 1층 중앙홀에 들어서면 동물 탈을 쓰고 다채로운 포즈로 누운 군상이 보인다. 김홍석의 ‹침묵의 공동체›다. 다양한 직업군에 종사하는 등장인물은 자신만의 잠을 준비하는 듯하다. 잠드는 것인지, 쉬는 것인지, 깨어있는 것인지 알 수 없는 모습은 거대한 중앙홀을 지배하며 잠을 대하는 우리의 모호한 태도를 부각한다. 2층 귀빈실에 자리 잡은 우정수의 ‹미래는 당신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도 흥미롭다. 서양 고전 신화와 다양한 문학 원전을 기반으로 상징과 기호를 사용해 고전적인 회화 작법을 다루는 작가는 이번에 19세기 판화를 인용해 페인팅과 벽지로 공간을 가득 채웠다. 과거 귀빈실로 사용하던 화려한 공간은 과거, 현재, 미래를 넘나드는 꿈처럼 시공간을 넘어 시간이 멈춘 듯하다. 

이번 전시의 신작 비율은 80%에 육박한다. 그만큼 잠에 대한 작가의 다양한 생각과 태도를 살필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작가 고유의 언어로 해석한 여러 작품을 바라보며 우리 또한 잠이란 무엇이고, 잠이 지닌 궁극적인 의미까지 고민하는 기회로 삼으면 어떨까.

Exhibition

«나의 잠 My Sleep»
기간: 2022.07.20-2022.09.12
참여작가: 김대홍, 김홍석, 로와정, 무진형제, 박가인, 스튜디오하프-보틀, 심우현, 여다함, 오민수, 우정수, 워드 워크스, 유비호, 이성은, 이원우, 정민성, 최윤석, 최재은, 팽창콜로니, D컬렉티브

Place

문화역서울284: 서울시 중구 통일로 1

결과(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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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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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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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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